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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소셜포비아》: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소셜포비아》: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응답하라 1988>의 영향이 컸다. 거기에 나온 배우들이 독립영화에서 활동해왔다던 이력이 화제가 됐는데, 류준열은 <소셜포비아>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듣기론 '응팔'에서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르다길래 궁금했다. 의도는 류준열 때문이었지만 그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었고, 오히려 변요한, 이주승의 분량이 컸다. (변요한은 <미생>, 이주승은 <프로듀사>를 통해 낯이 익어서 반가웠다)

 

 

초반엔 배우들의 과거가 어땠나 궁금증에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영화에 푹 빠져들게 됐다. 내용은 SNS의 폐해다. (한 군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네티즌 '레나'는 그 군인을 향해 악플을 내뱉는다. 분노한 네티즌 원정대가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레나'에게 해코지를 하기 위해 찾아간다. 하지만 '레나'는 자신의 집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된다. 이 사건으로 원정대는 도리어 질타를 받게 되고, 설상가상 경찰을 준비하고 있던 변요한과 이주승은 미래에 발목을 잡힌다. 급기야 자살에 의혹을 품은 이들은 레나의 진범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 현실과 전혀 괴리감이 없는 이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고, 적절한 반전과 현실고발로 채워져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게 된다. 덕분에 왜 류준열이 이 작품으로 주목받게 됐는지 실감하게 됐다. (영화가 워낙 괜찮아서) 

 

 

SNS상에서 일어나는 레나 자살 사건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뤄지면서 '이게 과연 영화로만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현피를 뜨러 가는 일, ID 속에 숨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악플을 다는 일, 정의를 구현한다는 목적으로 신상정보를 손쉽게 파헤치고 유통하는 일이 그것이다.  사건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제3자인 네티즌이 사건에 개입해 비난하고, 조롱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인터넷에서 얻게 되는 정보들은 얼마나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일본 여류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을 영화화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이다. SNS의 폐해를 고발하는 메시지가 비슷했다. 이 일본 영화도 좋았었는데, <소셜포비아>는 우리나라 영화다 보니 인터넷용어, 커뮤니티 등 정서가 더 맞는 느낌이 들어 오싹하다. (도다리를 두고 채팅창에서 대화가 오갈 때 화면이 정말 좋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말.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이랑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하라"는 것. 흥미로웠던 건 악플러들은 어떻게 악플러가 되느냐는 것. (찌질한 현실을 부정하고, 남보다 우월한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더 찌질한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