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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좋은 책이었다. 별다른 기대나 정보가 없이 읽어서였을까? 내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진행됐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메시지는 아주 강렬했다. 이전에 <연금술사>를 읽었지만, 그때는 이렇게 큰 여운을 받지 못해서 파울로 코엘료의 다른 책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읽은 이 책으로 나는 그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단순한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던 이 책이 인생에 대한 이런 심오한 내용을 담았을 줄이야. 



표지 날개에는 저자인 파울로 코엘료의 저자소개와 함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가 인간의 광기와 생에 대한 열정을 다룬 소설이며,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정신병원에서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알리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으로 자살을 결심한 젊은 여자 베로니카. 그녀는 다량의 수면제를 삼키지만 끝내 자살에 실패하고, 눈을 뜬 곳은 정신병원이다.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끝낼 수 없음을 한탄하는 그녀는 다시금 자살을 결심하는데, 심장이 크게 손상되어 일주일 후면 죽게 된다는 소릴 듣게 된다. 이른바 일주일 시한부 삶. 그곳에서 그녀는 미친 사람으로 불리는 제드카, 마리아, 에뒤아르를 만나면서 자신이 어째서 죽고 싶었는지, 자신 안에 내재된 진짜 욕망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말에 대한 후회, 죽음에 대한 공포 등에 두려워하면서도 후회 없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남은 생애를 살기로 한다. 그런 베로니카의 모습을 보면서 제드카, 마리아, 에뒤아르는 겁 먹고 '빌레트'에 안주하기만 했던 자신에게서 벗어나 세상과 맞서게 된다. 



(스포지만) 실은 이 모든 것이 이고르 박사의 실험에 불과하다는 것은 중반부터 예감해왔던 것이긴 했는데, 그보다 이 글에 담긴 메시지가 훌륭해 서사로서의 흠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저 삶과 죽음, 사랑, 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답게, 쉽게, 명료하게 쓸 수 있다니 놀라움뿐이었다. 읽는 중간중간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많아 잠시 멈칫멈칫했던 순간들도 참 많았다.   


"그녀는 자잘한 결점들과 싸우느라 지쳐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는 쉽게 무너졌다." _98쪽 


"좋다, 그녀가 고집과 결단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치자. 그런 그녀가 지금 도달한 곳은? 공허. 완전한 고독. 빌레트. 죽음의 앙티샹브르." _99쪽 


"베로니카가 그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모두가 그 말을 알고 있었겠지만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제 던져버려야 했다." _146쪽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 _296쪽 


이 소설의 주요 메시지는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결국 스스로 통제한 욕망은 내가 나답게 살 수 없도록 만들고, 그 고통은 남이 아닌 내게 철저히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자각이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혼란을 가중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 죽음을 의식한다면 오늘의 삶을 기적이라 부르고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