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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다크 플레이스》 : 길리언 플린

《다크 플레이스》 : 길리언 플린

 


길리언 플린의 <다크 플레이스>. <나를 찾아줘> 이후로 길리언 플린에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SY의 책장을 보다가 그녀의 책을 발견해서 덩달아 빌려왔다. 한 소녀가 얼굴을 가린 채 서 있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표지는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제대로 궁금증을 유발했다(다 읽은 지금은 주인공 리비 데이와는 거리가 있는 표지 같지만). 거기다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등이 동명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고 해서 이 책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다크 플레이스>는 어렸을 적 자신이 살던 농장에서 살인사건으로 엄마와 언니 둘을 잃은 리비 데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사건 후에 오빠인 벤 데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녀의 증언으로 인해 오빠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동안 끔찍한 사건으로 동정을 얻은 리비 데이는 후원금으로 생계를 해결하지만 25년이 지난 현재 생계가 막막해진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킬 클럽(아마추어 탐정클럽)'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오고, 그날의 사건의 범인은 벤 데이가 아니며, 증언은 잘못됐다고 그녀를 압박한다. 그러면서 사건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면 돈을 주겠다고 하고, 그날의 사건을 '다크 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봉인해놓은 그녀는 '킬 클럽'의 라일과 함께 그날의 기억을 꺼내서 사건을 새롭게 좇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가족을 살해한 진범 찾기 되시겠다. 



이야기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리비 데이, 여동생의 증언으로 범인으로 지목된 벤 데이, 그들의 어머니인 패티 데이의 시점으로 교차되어 진행된다. 각자의 입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1985년 1월 2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밝히면서 진실에 접근해가는 방식이다. 꽤 분량도 많고, 진실에 좀처럼 다가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초중반은 좀 지루한 편인데, 뒤로 갈수록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된다. 



진실이 무언지 알기엔 너무나도 어렸고, 어른들이 바라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던 리비 데이, 열등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끝내 가족을 등질 수밖에 없던 나약한 소년 벤 데이, 언제나 가족을 지키려 하지만 실패하는 패티 데이는 '가난'이 초래한 비극을 낱낱이 드러낸다. 비극의 강도가 너무 세서 읽는 내내 답답해서 스트레스가 이만큼 쌓이는 느낌이었다. 안타까움도 큰지라 그날 밤 엄마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벤이 비뚤어지지 않았다면, 누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하는 '만약'을 계속해서 가정하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몇몇의 진범들이 선상에 오르는데, 사실 마지막의 반전은 범인보다는 그날의 진실과 그에 얽힌 다른 이야기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길리언 플린 특유의 신랄한 묘사들도 좋았다. 불행한 이웃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어린아이의 영악한 거짓말이랄까. <다크 플레이스>는 장르소설다운 흡인력은 있었는데, 그다지 유쾌한 결말은 아니어서 별로 권하고 싶진 않은 책이다. 마지막 결말을 향해 허겁지겁 읽은 후 한동안 너무 우울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