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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첵은 유시민이 정치인으로의 삶은 내려놓고, 그 이후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탑으로 꼽힐 만한 지식인이 쓴 책이기 때문에, 괜히 어려울까봐 흘끗 보고 일단은 제쳐두는 책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 책을 읽고서 방송에서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 깔끔하게, 그리고 쉽게 쓰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읽은 책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언제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집어들지만 완독 비율도 얼마 안 되고, 또 읽는다 해서 글쓰기의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도 않는다 싶었다. 그런 와중에 글을 쓰는 일을 하는 SY가 읽어보니까 괜찮더라며 권했다. 먼저 읽어본 사람이 괜찮았다고 하는 말을 거부할 독자가 있을까?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글쓰기에 관한 이 책이 1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2권은 <논술 특강>). 그래도 1권에서 보편적인 글쓰기의 기본을 모두 다루고 있기에 괜찮았다. 사실상의 내용은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 만한 내용이 두루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글쓰기에 관한 기초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글 잘쓰는 법은 이렇다(뻔한 이야긴데, 이것 말고는 글이 늘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우선 올바른 논리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의) 취향은 존중할 것이며, 주장에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흔들리지 않는단다. 그런 다음, 양질의 책을 많이 읽을 것이며, 많이 써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때는 모국어 위주로 쓰며,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쓴다(부사나 형용사를 줄이고, 중문 대신 단문을 쓴다). 그렇게 하면 간결해지고, 메시지가 명확해진다며 예를 들면서 설명한다. 알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얘기다(나는 할 말이 많고, 한자 혹은 일본식투를 많이 쓴다).

 


또 다른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방법은 '텍스트 요약하기'. 지금의 작가 유시민을 만들어준 책인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언급하면서, 자신은 글쓰는 실력은 없고, 오로지 '요약'을 잘했을 뿐이라고 고백한다. 긴 글의 요약은 중심 주장을 가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메모. 언론의 검열이 심각했던 시기에, 그는 혹시나 잡혀갈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단어를 암호처럼 적어두고, 돌아와 글을 길게 써본 뒤 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때의 시간들이 응축돼 자신도 모르는 새에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는 것.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그가 도움을 받았던 책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책은 이렇다.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 <태백산맥> 등등. 이미 명작 반열에 들어선 어마어마한 책이라는 걸 알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읽어도 잘 모르겠어서 당분간은(혹은 이대로 쭉) 읽을지는 모르겠다. 어렵더라도 읽고, 또 읽어야 는다고 했는데, 이래가지고는 멀었겠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데에 사실 더 몰입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도 내 글쓰기에 변화는 크지 않을 거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