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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종로, 익선동 - 식물, 르블란서

종로, 익선동 - 식물, 르블란서


 


임뚱이랑 주말 데이트 코스로 찾은 종로, 익선동. 세 번을 다녀오면서 너무 만족했던 이 공간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생일 전날 드디어 같이 다녀왔다. 차를 끌고 온 적은 처음이었는데, 마땅히 세울 만한 곳이 없어서 종로5가쯤에 세워두고, 천천히 걸었다. 

도착했던 때가 6시가 넘어서 별로 기다리지 않겠지, 하고 왔는데 주말은 다른 모양이었다. 경양식집인 1920의 경우, 대기자명단에 이름을 올리니,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가까운 카페 식물에 가기로 했다.



항상 식물을 지날 땐 좌식 테이블을 봐서 그쪽으로 안내를 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우리가 들어왔을 땐 이미 한 자리밖에 없어서 선택할 틈도 없이 앉아야 했다. 어딜 가나 좋은 자리는 일찍 와야 앉을 수 있나보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받았는데, 1인 1음료다. 가만히 있어도 손님이 밀려오는데, 1인 1음료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 메뉴가 많았는데, 들러보다가 나는 레몬에이드, 임뚱은 구기동양복집이라는 특이한 칵테일을 골랐다. 



레몬에이드는 톡 쏘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7천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가격대비 쏘쏘. 일단 음료를 빨리 잘 마시지 못하는 내가 먹어도 단숨에 없어질 만큼 양이 적었다(얼음이 많았다). 임뚱이 고른 구기동양복집은 이름이나 홍고추로 장식한 디테일이 신기했지만 (내 기준) 역시나 아쉬웠다. 인스타그램용을 위해서 한번쯤 들를만 하겠지만, 먹을 목적으로 오기엔 별로...☆



야심차게 임뚱을 익선동에 데려왔는데, 첫 메뉴부터 마음에 들지 않고, 1920의 대기시간은 계속 늘어갔다. 사실 1920도 무난한 경양식집이지 1시간을 기다릴 만큼 엄청난 맛은 아닌 터라 조급해졌다. 괜히 이렇게 기다리다가 맛 없으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기다리는 동안 블로그를 보면서 혹평리뷰도 있고 하니깐 조금씩 김이 샜다. 제길.  



1920을 기다리다가 결국 대기가 필요 없는 르블란서를 들어갔다. 프랑스 가정식집이라고 하는데, 여태껏 둘 다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어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공간은 나무 느낌이 나는 앤티크한 곳과 세련된 화이트 중심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단 감탄할 만한 비주얼이다. 



곧 자리에 앉아 메뉴를 건네받고 골랐다. 나는 무난한 엔초비 파스타, 임뚱은 비프 브루기뇽을 골랐다. 주문을 하고 나면 모닝빵 같은 식전 빵을 치즈와 함께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늦게 나오는 느낌이어서 한동안 임뚱하고 멀뚱멀뚱 있어야 했다. 메인 메뉴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나왔는데, 먼저 가져다줬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좀 많이 기다렸다가 나온 메인 메뉴. 사실 르블란서에 들어와서 블로그를 검색하고 썩 맛있다는 칭찬이 없었는데, 먹어본 결과 내 의견도 동일하다. 프랑스 가정식이 처음인데, 이 음식 자체가 내게 맞지 않았던 건지, 여기가 별로 였던 건지 잘 모르겠다. 두 메뉴를 먹는 데에 45,000원을 썼는데, 이 가격이라면 더 맛있는 집에서 먹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고,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서비스나 맛이 훌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비프 브루기뇽은 좀 새콤한 스타일의 갈비찜 같았고, 엔초비 파스타는 해물맛이 강하고, 밍밍한 느낌이었다. 


좋은 데 데려오고 싶었는데, 데려온 나도 이날은 좀 실망스러운 곳만 가서 ㅠㅠ 당분간은 익선동에 오지 못할 것 같다. 안녕, 익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