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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컨스피러시》 :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컨스피러시》 :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마음속에 두고서 잊지 못하는 영화가 <컨스피러시>였다. 너무 괜찮은 영화라 다시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영화 초반 줄리아 로버츠가 런닝머신을 뛰면서 'Cant Take My Eyes Off You'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멜 깁슨의 모습에 꽂혀버린 거다. 수상한 남자, 그런데 기분 나쁜 느낌은 없는 남자.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이 남자와 저 여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궁금했었다. 그런데 당시 뒤부터는 도저히 영화를 찾을 수가 없어서 못 보고 말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볼만한 영화가 도저히 없어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사람들이 추천하는 옛날 영화들을 찾아다니다가 <컨스피러시>라는 이름을 만났다. 언젠가 봐야지, 하고 맘 속으로 기억하고 있던 영화를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보게 되었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한 게 1997년이고, 이 영화를 안 게 그 10년 뒤쯤이고, 제대로 본 게 10년 더 지난 지금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 괜찮은 영화같애 라고 느끼고, 10년 동안 미룰 대로 미루다가 봤다는 얘기다(예나 지금이나 미루기는 대단하다).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영화 <컨스피러시>의 전체 내용은 이랬다. 뉴욕의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제리 플레처(멜 깁슨)은 음모론을 주장하는 뉴욕의 택시운전사다. 신문기사 속 사건들을 모아 제 나름대로 사건을 재해석하고, 그렇게 구성한 음모론을 뉴스레터로 만들거나 택시의 손님들에게 들려준다. 그에게 문제가 있다면, 과거의 기억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 그런 그는 자신이 파악한 음모를 전달하기 위해 법무성에 일하는 앨리스(줄리아 로버츠)를 찾는다. 횡설수설 하는 제리를 못 미더워하면서도 이상하게 내칠 수는 없는 앨리스. 차차 그의 주장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가 피살된 사건과도 관련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 음모론을 주장해왔던 제리는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음모론에 심증을 굳힌다. 그 이후로 노골적으로 제리는 위협을 받게 되고, 앨리스는 그를 도우면서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후 제리의 과거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를 쫓던 닥터 조나스(패트릭 스튜어트)의 정체도 밝혀지면서 사건은 무사히 해결된다. 아버지가 죽을 때 승마를 타러 갔다는 이유로 말을 더 이상 타지 않았던 앨리스는 진실을 깨닫고, 다시 말을 타기 시작했고, 제리는 그 모습을 또 다시 멀리서 지켜본다. 그리고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10년을 넘게 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뒀던 이 영화는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던 두 사람의 모습만큼 강렬했던 장면은 없었다. 음모론과 로맨스를 무리 없이 엮어나간 이야기는 좋았지만, 어쩐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부상당한 제리에게 앨리스가 입을 맞추던 장면을 볼 땐 앨리스는 언제 연애의 감정이 발전했나 싶었고, 말 한마디에 이쪽 저쪽 갈팡질팡하는 앨리스도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멜 깁슨의 반쯤 정신 나간 훌륭한 연기랑 가장 예뻤던 줄리아 로버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과 그래서 제리의 잃어버린 기억은 대체 뭔데, 하는 궁금증. 이 영화에서 가장 피식하게 만든 건 흑인 요원이었던 실크 코자트의 "왜 다들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라는 대사. 


명작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것 같고, 내겐 나름 사연 있는 영화고, 남들에겐 추억의 영화쯤되지 않겠나.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들려오는 ost는 진짜 너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