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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고백》 : 마츠 다카코, 후지와라 카오루, 이노와키 카이

《고백》 : 마츠 다카코, 후지와라 카오루, 이노와키 카이



일본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무조건 권하는 영화가 바로 <고백>이다. 내 주위엔 일본영화 하면 뭔가 감성적인 이미지만 난무하거나 아니면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일단 거부부터 하고 본다. 그런데 이때 <고백>을 보여주면 점차 의심의 눈길은 사라지고, 곧바로 영화에 몰입하는 걸 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결국 '이건 괜찮네'하는 반응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고백>을 영화화한 동명 영화 <고백>은 소설만큼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 아역, 성인할 것 없이 저마다 연기가 뛰어나다. 영화는 소설과 같이 시점을 바꾸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딸을 학생들의 손에 잃은 여교사, 그 범인으로 지목된 학생 A와 B, 학생 B의 어머니, 학생 A를 이해하는 유일한 여학생으로. 그렇다 보니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데다, 반전도 조금씩 숨어 있다. 도저히 우리나라에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이미지들이 나열되고, 묘하게 선곡된 OST까지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같은 영화는 웬만하면 다시 보지 않는 내가 벌써 네 번이나 봤을 정도로, 애정하는 영화 중 하나다. 



영화 <고백>은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미혼모로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마나미(아시다 마나)'를 맡기고 있던 유코. 그러던 어느 날, 딸이 학교 수영장에 빠져 익사하고, 이는 곧 사고사로 결론이 난다. 하지만 유코는 두 학생에 의해 죽임을 당했음을 알게 되고, 종업식 날 학생들에게 범인 A, B의 존재를 알린다. 그 방법은 에이즈에 걸렸던 남편의 혈액을 범인의 우유에 미리 넣어두었다는 것. 그 끔찍한 고백이 있은 후, 학생 A와 B에겐 처절한 비극이 시작된다. 차분히 담담하게 복수를 계획했던 유코의 치밀한 방식은 영화가 끝나는 동시에 깔끔하게 끝이 난다.



영화 <고백>은 두 학생의 열등감, 버림받았다는 자각이 빚은 참사를 그린 것이다. 이들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달라는, 그러니까 '나를 좀 봐달라'는 갈구로, 끝내 살인을 저지른다. 고작 중학생이 이렇게까지 살의를 가지고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과 이런 영화, 소설에서 쉽게 등장하는 소년법(그리고 이지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그나저나 데뷔작으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미나토 가나에는 늘 경이롭다. 너무 엄청난 걸 초반에 써버려서, 그걸 뛰어넘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