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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혼자일 것 행복할 것》 : 홍인혜

《혼자일 것 행복할 것》 : 홍인혜



이름하야 혼자의 시대다. <나 혼자 산다>는 호평 속에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이고, 혼행, 혼술, 혼밥 같은 혼자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널리 퍼진 지 오래다. 서점가에서도 <혼자 일하는 즐거움>,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같은 '혼자'를 주제로 하는 책들이 화제에 올랐었고, 그와 관련된 책들도 여전히 반응이 좋다. 그런 가운데 몇 안 되는 나의 애정 작가, 홍인혜도 5년 동안의 독립생활 기록을 엮어 <혼자일 것 행복할 것>이라는 책을 내었다. '나오면 꼭 사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도 '나중에, 나중에'하다가 '언젠가, 언젠가'로 바뀌고, 결국엔 먼저 샀던 후배에게 빌려 읽었다.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시절, 어떤 글이 괜찮은 글인지도 잘 알아보지 못했던 시절. 글 하나만으로 퍽 반해버린 책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홍인혜의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다. 이 책은 신변을 정리하고 떠난 8개월간의 런던 여행기다. 뼛속까지 런던 생활자로 살겠다며 벼르던 그녀는 낯선 공간에 부딪혀 약간의 우울을 겪으면서도 단기 여행자는 느끼지 못할 런던의 속살을 제대로 만끽하고 온다(그때 이후로 아직도 가보지 못한 런던은 내게 언제가 꼭 가고픈 로망 여행지로 남았다). 그리고 그때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자는 '일상을 여행처럼 살겠다'는 다짐을 품는다. '서울이 이렇게 예뻤던가'하고 감탄하던 날들은 금방 지나고, 결국 또 익숙한 일상을 맞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떻게 하면 여행하듯 살 수 있을까, 하다가 독립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꾸린 5년간의 독립생활기록이 바로 <혼자일 것 행복할 것>이다. 엄마 아빠 품 안에서 장성한 딸은 부동산으로 집을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친절하게 자신을 맞을 거라 생각했던 중개인은 온데간데 없고, '얼마짜리 집을 원하냐'는 질문을 하나만 날릴 뿐이다. 


예산에 맞춰 원하는 전세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다, 독립 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자질구레한 물건들의 존재를 깨닫는다. 마냥 설렐 줄 알았던 독립 첫날은 어쩐지 어색하고, 감기라도 걸리면 몹시 서럽다. 게다가 여자 혼자 산다는 것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이럴 때 '남성 신발이라도 놔두라'는 조언을 얻는데, 고작 신발만큼의 힘도 없는 자신의 나약함도 느낀다. 이런 가운데서도 혼자 사는 이만 느낄 수 있는 자기 취향의 인테리어, TV 채널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는 기쁨도 알아간다. 그렇게 지금은 제법 남에게 훈수를 둘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그녀다. 



책을 읽으면서 짧게 독립했던 시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그렇게 집을 나가고 싶었는데, 결혼하고 보니 그때는 왜 그렇게 나가고 싶어 했을까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나가게 될 텐데,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을걸 하는 생각(근데 이게 또 떨어져 있으니까 하는 생각일지도). 온전히 자신의 수입으로,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산다는 로망은 좋지만 확실히 게으른 나는 나온 이후로, 돈도 별로 모으지 못했고, 먹는 것도 부실해졌다. 집을 계약하는 것도, 방을 청소하는 것도, 집에 문제가 생겨서 연락을 해야 하는 것도 다 나의 몫이었다.  


'혼자라서 행복해요~'가 주제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현실적인 부분이 많았다. 혼자 살려다가도 이 책 보고 다시 생각해볼 이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만큼은 아니었으나 하루만에 읽어 제낄만큼 기본 재미는 보장했던 책이었다. not b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