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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퇴사의 이유 1,2》 : ㅎㅈㅁㅈ

《퇴사의 이유 1,2》 : ㅎㅈㅁㅈ



지난 몇 달 동안 두 번의 이직을 거쳤고, 그리고 다시 원래 회사로 재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련들을 몇 개 거치면서 출판업계와 나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았다. '인지도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일이 과연 좋은 것인지',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인지', '책을 좋아하는 것이 독자로서인지, 생산자로서인지', '이 업계는 어딜가나 이 모양인 건지' 등등. 

그런 고민 끝에 업계의 미래가 밝은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관한 관심을 멈출 수 없고, 일단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점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즐겁게 일하는 와중, 접하게 된 책이 <퇴사의 이유>라는 독립출판물이다. 몇 번의 포스팅에 간간이 언급했던 책인데, 출판노동자들이 모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원고를 받아 엮은 책이다. 출판계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할 수 있는 통로가 이렇다하게 없어서 만들었다는데, 과연 충실했다. 



<퇴사의 이유>는 1편은 돈, 2편에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든 거라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문장이나 배치가 깔끔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부록 형식까지 갖춘 것도 그렇고. 만든 이가 편집자라 그런지 다소 표지디자인이나 이런 건 좀 아쉽지만, 디자인은 거창한데 읽은 것은 딱히 없었던 몇몇 독립출판물에 비하면 꽤 읽을 만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업계는 정보 공유가 잘 안 된다. 끽해야 북에디터, 출판카페들, 대나무숲, 혹은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되는 정도다. 다른 업종과 달리 한 회사에 근무자가 많지 않은 까닭에 잘못했다간 자신의 신분이 들통나거나 이직이 어려워서인지도 모른다. 실은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정보가 있진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디는 그렇게 돈을 안 준다더라, 성희롱을 했다더라, 작가의 비서처럼 일했다더라~ 하는 풍문형 이야기가 실재했음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 아픈 줄 알았더니, 너도 아프구나 하는 공감과 이에 비하면 나는 아직 운이 좋구나, 하는 작은 안도를 느낄 순 있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세 사람은 원고를 모으고, 설문조사를 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들에 비하면 나는 그저 뒤에서 이런 책을 사서 읽는 것이지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을 알리는 이들의 노력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다들 좋아하는 책 잘 만드시길. 



덧) 뒤늦게 듣고 있는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가 있다. <퇴사의 이유>를 먼저 읽고, 뫼띠를 듣기 시작했는데 비슷한 결이다. 출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둘 다 추천하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