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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작가 수업》 :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 도러시아 브랜디



'글을 잘 쓰고 싶다'란 생각을 자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작가 수업>을 샀을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이 책과 함께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도 같이 샀더랬다. 이런 거라도 읽으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권의 책은 중간까지 읽다가 멈춰버렸다. 이 책은 작가들이 글을 못 쓰는 이유는 이론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이야길 했고, <유혹하는 글쓰기>는 저자가 어떻게 쓰기만 하면 영화화가 되어 성공할 수 있었는지, 자전적인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분명 둘 다 흥미로운 얘기였는데, 끝까지 읽겠다는 마음보다 이렇게 되기는 힘들겠다, 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당시엔. 



그렇게 도로 책장에 꽂힌 이 책을 볼 때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고, 귀찮은 일은 싫어하고, 지레 겁먹고 내 못난 구석의 결정체 같았다. 아아, 이대론 안 될 것 같아, 하고 내 글에 질릴 무렵 이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작가 수업>은 1920년대 초판이 나왔다가 절판되고, 1930년대에 재판되었다. 이 책을 우리나라에 번역해왔을 때에는 이미 시대상으론 맞질 않는 책이었다(타자기를 사용법을 익히라고 한다거나, 저자의 사례가 너무 옛날이라거나). 그렇지만 몇몇 맞지 않는 부분을 덜어내고 나면, 지금에 와서도 적용할 만한 구체적인 방법이 가득하다. 물론 이 방법들도 결국엔 실천이라는 행위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작가 수업>의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는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 작가, 글쓰기 교사로 다방면으로 활약했는데, 그중에서도 글쓰기 교사로 누군가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것들이 많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에도 글쓰기 수업에서는 보통 '글의 문제'만을 지적하곤 했다. 문체가 이상하다거나, 문장이 늘어진다거나,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진다거나. 이런 것들엔 재능이 필요하고, 신인 작가들이 그것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겁부터 주었다. 


하지만 저자는 작가들이 글을 쓰지 못하는 데엔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았다. 그것부터 해결한 후에라야 글의 문제에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 안에 있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거나 문장이 구리다거나 하다고 평가하는 편집자적 기질 대신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써내는 예술가적 기질을 꺼내라고 한다. 평가는 그다음이라고. 그런 상태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매번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하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고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좀 뻔한데, 그 뻔한 것에서만 글은 잘 나오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 책의 가장 괜찮은 점은, 글쓰지 못하는 작가들의 심리를 이토록 구체적으로 파고든 게 없다는 것. 덕분에 어떤 글이든 쓰고 싶다는 생각이 놀랍도록 많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유부단하거나, 수줍음이 많거나, 귀가 얇은 작가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원고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경우라면 한시라도 빨리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감을 신뢰하는 법과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소설을 쓰는 데는 세 가지 법칙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