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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미스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

이야미스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 



근 신간 <유토피아>가 나온 김에 써보는 미나토 가나에의 이야기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라고 물으면, 세 손가락 안에 항상 꼽는 작가가 바로 미나토 가나에. 그녀는 원래 방송계에서 먼저 실력을 인정 받은 작가였고, 단편 <성직자>를 발표하고, '소설추리'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단편 <성직자>를 모티프로 한 장편 소설 <고백>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데뷔작으로 단숨에 그해 일본 서점 대상을 수상하고, 마츠 다카코 주연의 영화까지 만들어져서 흥행에 성공했다. 


나 같은 경우엔 <고백>을 영화로 먼저 접하고, 너무 재밌어서 원작을 읽었는데,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영화가 워낙 잘 나온 탓에 소설이 그보다 더 나을지 의심스러웠는데, 시점이 계속 바뀌어가면서 인물마다 심리를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고, 문장도 세서 날선 긴장감을 선사할 수 있구나, 하고 드물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사람 뭐야'하는 기분. 


그때부터 미나토 가나에는 나의 최애 작가로 pick. 최애 작가라지만 늘 그렇듯 작가의 출간작을 모두 읽진 못했다(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오르네). 그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는 스타일인데다 소설들의 대부분이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만큼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건데, 당장 기억나는 것만 해도 <리버스>, <백설공주 살인사건>, <고백>, <꽃사슬> 등. 데뷔작으로 서점가를 휩쓸고 5년 후 자신이 어떤 모습일 것 같냐는 질문에, 그녀가 한 대답은 "5년 후에는 고백이 대표작이 아니길 바란다"였는데, 그건 글쎄. 그래도 거기에 대적하기 위해 계속 글을 써주는 그녀가 너무 좋다. 



미나토 가나에 추천작 3                                                                                                 


1. <고백>, 비채 

2009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 "내 딸은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한 줄 카피로 유명한 소설. 첫 장편 소설로 단숨에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처음이라고. 그만큼 완성도가 뛰어났던 소설. 


2. <리버스>, 비채 

제목인 '리버스'는 'Reverse' 즉, 반전시키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출판사와 함께 마지막 반전 결말을 설정해두고,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만든 소설이다. 그만큼 막판의 한 줄 반전이 강렬하다. 


3. <야행관람차>, 비채 

<고백> 이후 네 번째 장편소설이었는데, 그 후속장 중에 최고 부수를 기록했던 책이다. 고급 주택가, 마주한 두 채의 집. 이 아름다운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미나토 가나에 비추천작 3                                                                                                


1. <N을 위하여>, 재인 

<고백>을 읽은 후에 읽은 책이어서 그런가,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으로 남은 소설이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현장에 있던 4명의 젊은이의 목격을 토대로 범인이 잡힌다. 하지만 10년 후 뜻하지 않은 진실이 드러나는데…. 서정적인 필치로 '궁극의 사랑이란 무엇인가'의 화두를 던진다. 


2. <모성>, 북폴리오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 딸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와 반대로 엄마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딸의 비극을 그렸다. 흡인력은 여전하지만, 공감대에는 실패한 작품. 


3. <소녀>, 은행나무 

아쓰코와 유키 두 소녀를 내세운 청춘 소설. 성격과 가치관이 다른 두 소녀가 겪는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막연한 동경에 대해 썼다. 소녀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다른 소설에 비해 풋풋하고, 가볍다. 센 소설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좀 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