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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광화문 디타워, 허머스 키친(Hummus Kitchen)

광화문 디타워, 허머스 키친(Hummus Kitchen)



임뚱이 5년을 넘게 다녔던 회사를 퇴사하고,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장에 나가게 됐다. 원래 회사는 캐주얼한 복장도 허용이 됐는데 새 직장은 좀 더 격식이 있는 분위기라 해서 쇼핑도 할 겸 종로 쪽으로 오랜만에 나왔다. 나 혼자서는 자주 가는 동넨데 임뚱하고 같이 간 건 얼마만인지. 보통은 원래 임뚱을 따라다니는 편인데, 광화문 디타워를 모른다기에 리드해서 데리고 왔다. 커다란 건물에 층층이 식당이 들어선 걸 보고, 반응이 좋아서 흐뭇.  



몇 번 디타워를 와봤지만 내가 주로 가는 곳은 호치민이라는 베트남 음식점. 그런데 좋아서 거기만 맨날 갔더니 이제는 좀 다른 곳이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5층부터 시작해 식당 앞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기로. 그러다 임뚱 눈에 걸린 게 허머스 키친이라는 할랄푸드전문점. 안 그래도 밖으로 나오기 전에 인도나 태국 음식처럼 잘 안 먹어본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잘됐다. 



우리가 도착한 게 여섯시쯤이라서 2인석을 배정받았다. 식사 시간대만 아니면 좀 더 넓은 자리에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자리를 잡았을 땐 원래 옆자리에서도 식사를 좀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먹는 사이 하나둘 나가기 시작해서 어느새 옆자리가 깨끗. 마침 사진 찍기 좋다면서 하나 더. 매장 전체를 찍고 싶었는데 뒤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패스패스.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었는데 안 보여서 아쉽네. 



자리를 잡으면 메뉴를 주는데, 사진이 있어서 좀 편했다. 사진이 있어도 메뉴가 다 처음 보는 것들이라서 단번에 고르기 어려웠는데, 어떤 음식일지 감이 잡혀서 좋았다. 우리는 PAN&STEW에 있는 첫 번째 메뉴랑, 사진엔 없는 후무스 샘플러 4종하고, 사이드 메뉴(빵?)를 더 시켰다. 여기에 맥주가 빠지면 섭섭하겠다 싶으니, 클라우드도 한 병. 이렇게 주문하니, 약 4만원 초반대의 가격이 나왔다. 우리가 시킨 것 말고도 피자, 꼬치요리도 있는데 이것도 어떨지 궁금. 



메뉴는 하나씩 시간차를 두고 나왔다. 일단 맥주부터 하나 주고, 후무스, 그다음에 스튜요리로. 후무스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요리로 빵(?)이랑 같이 찍어먹으면 괜찮다. 다이어터들이 먹으면 좋아할 맛이라더니, 그야말로 건강식 느낌이 난다(콩맛). 색이 다른 것처럼 맛도 조금씩 달랐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연한 맛이 났던 노란색이 좋았다. 

그리고 스튜는 소고기랑 방울토마토가 같이 있어서 느끼하지 않고, 상큼했다. 마냥 상큼한 건 또 싫은데, 적당히 깊은 맛이 난다. 속에 렌틸콩 같은 게 들어갔는데 콩이 씹히는 식감도 좋았다. 하지만 은근하게 할랄푸드 특유의 향내가 나서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다. 먹다 보면 괜찮은데, 잠깐 텀을 두면 향이 느껴진다. 

예전에 임뚱하고 인도요리점에 갔다가 맛이 없어서 폭망하고, 어색하게 헤어진 기억이 있는데, 여기는 그때의 아픈 기억을 씻어주었다. 이게 정석이구나, 이런 느낌? 풍미도 깊고, 빵도 쫀쫀하고, 건강한 맛도 나고 요리는 괜찮았는데, 내가 썩 이 음식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간간이는 좋지만, 자주 찾진 않을 것 같다. 애석하게도. 



먹을 때는 좋다고 먹어 놓고, 먹고 나니 살이 걱정되는 이런 마음. 임뚱하고 죄책감을 갖기 전에 '따릉이'를 타보기로 했다. 종각역 부근에서 2시간짜리 프리미엄 이용권을 끊고, 성수까지 달렸다. 날씨도 시원하고, 야경도 좋아서 서울의 아름다움을 오랜만에 느꼈다. 한양대 부근하고, 한강은 정말 최고! 자전거를 타고 보는 풍경이 색달라서 기분 좋았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