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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유토피아》 : 미나토 가나에

《유토피아》 : 미나토 가나에



출간되기 전부터 온라인 서점에 미리 등록해둔 알림메시지로 미나토 가나에의 신간 출간이 임박했음을 알았다. 항상 신간이 출간됐다고 해서 사서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왕과 서커스> 때문에 간만에 소설에 탄력을 받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도 재밌었고 해서 구입하기로 했다. 사겠다는 마음을 굳히고서 온라인에 등록된 책소개를 읽으니 한눈에 봐도 미나토 가나에 소설이구나, 싶었다. 왜곡된 선의에서 비롯된 뒤틀리는 사건들…. 괜히 이야미스(기분 나쁜 미스터리)의 여왕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린 후에 받아든 <유토피아>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만듦새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내지의 종이, 본문의 폰트크기, 여백, 대화문 등이 좀 기존 책들과는 달랐다. 읽다 보니 나중엔 익숙해져서, 새로운 것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초반엔 조금 거슬렸던 것은 사실. 표지도 썩 인상적이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원서표지랑 같았고, 텍스트 구성이나 이런 건 국내가 나은 것 같았다. 

처음엔 읽기에 바빠 뒤표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새롭게 다가온다. "세 개의 시선으로 그려진 '선의가 향하는 끝'", 그리고 제목인 <유토피아>도 마찬가지.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자 주인공 도바 나나코(불교용품점 운영 주부), 아이바 미쓰키(잡화점 운영 주부), 호시카와 스미레(도예가)는 '클라라의 날개'라는 자선 단체를 세운다. 이들이 단체를 설립하게 되는 데는 상가 축제가 벌어지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나나코의 딸 쿠미카를 미쓰키의 딸 사야코가 돌보게 되는데, 이때 화재가 발생한다. 사야코는 쿠미카를 구하고 자신이 다치지만, 다친 자신을 신경쓸 쿠미카를 안타깝게 생각해 스미레가 만든 날개 스트랩을 선물로 준다. 이 속 깊은 사연이 지역신문에 나오게 되고, 날개 스트랩은 화제로 떠오른다. 

이 기회로 도쿄에서의 생활을 접고, 도예가로서의 생활을 위해 하마사키 초라는 항구 마을로 내려온 스미레는 자선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두 아이의 엄마들과 결합해 '클라라의 날개'라는 자선 단체를 세우고,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 자선 활동을 한다, 마을을 번영시키겠다, 내 삶을 반짝반짝하게 만들겠다는 선의로 비롯된 마음은 어느새 조금씩 뒤틀리면서 각자에게 파장을 불러오고, 이들의 관계는 미묘해져 간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소설 역시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같은 일을 두고 바라보는 서로의 입장차, 끝까지 파고드는 심리묘사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항상 알 것 같다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더 그녀의 소설이 좋은지 모르겠다.

이번 <유토피아>도 언제나처럼 흡인력이 좋아서 다음 내용이 기다려져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꽤 빨리 읽었는데, 생각보다 마지막의 반전은 크지 않았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살인사건, 마을 원주민과 이주민들의 관계, 두 아이의 이야기처럼 벌려놓은 게 많아서 더 획기적인 이야길 그릴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별로면 당장 중고서점에 팔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 정돈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