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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범죄도시》 : 마동석, 윤계상, 조재윤

《범죄도시》 : 마동석, 윤계상, 조재윤



두 달 전 <애나벨>을 보고, 별로 끌리는 영화가 없어 극장에 발길을 끊었다. 기다렸던 <킹스맨2>는 보고 나면 1편이 싫어질 정도라는 말에 보기 망설여졌고, <아이캔스피크>는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 감동 영화라는 말에 애매해졌다. 대작이었던 <남한산성>도 나왔는데, 개봉하고 곧바로 찾아갈 만큼의 마음은 또 아니었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오랜만에 영화는 보고 싶은데, 썩 끌리는 게 없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인 김에 극장에나 가자고 얘기가 나온 상황, 아빠가 뜬금없이 <범죄도시>가 어떻겠냐고 얘길 꺼냈다. 응?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였다. 최근에 마동석, 윤계상이 인터뷰를 했던 기사를 살짝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이거였구나 싶었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아빠에게 얘길 들으니, 이 영화의 기획을 마동석이 냈고, 비교적 50억의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로, 입소문을 타고 흥행중이라 했다. 검색해보니 정말로 예매율 2위(지금은 1위). 평소 좋아하는 범죄물의 영화고, 연기 잘하는 마동석이 나오는데다 평도 좋다고 하니 일사천리로 예매를 마쳤다.  



<범죄도시>는 중국 하얼빈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장첸(윤계상)과 그 범죄조직을 형사인 마석도(마동석)가 팀과 함께 소탕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영화다. 영화 속 주 배경지는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으로, 촌스러움이 살짝 묻어난다. 실화로 알려진 <범죄도시>는 2004년 왕건이파 사건과 2007년 흑사파의 사건을 영화에 맞게 각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홍보도 별로 못했는데, 입소문만으로 현재 130만 관객이 넘었고, 손익분기가 200만인데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란다. 스토리의 참신함은 없지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잘 빠진 액션으로 적당한 킬링타임용 영화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했다. 장첸(윤계상)과 그 부하 2인이 도끼를 들고, 한 남자를 무참히 폭행한다. 그저 받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악질적인 행태를 비치고, 이후 룸싸롱의 지배인을 폭행하는가 하면, 이어 가리봉동의 조폭들을 하나하나 접수해나가면서 지역을 장악한다. 주먹 한 방으로 차이나타운을 평정했던 형사 마석도(마동석)는 낌새를 눈치채지만, 초반엔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장첸 일당을 소탕하기로 한다. 

(여기서부터 스포) 결국 정의로운 형사의 고군분투에 장첸 일당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상인들이 합세해 돕기 시작하고, 강력반으로 일하는 게 무섭다며 뛰쳐나간 막내 형사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막판에 윤계상과 마동석의 1:1 대결이 펼쳐지고, 가벼운 킬링타임용 영화 답게 경찰의 승리로 깔끔하게 끝이 난다. 



사실 초반만 해도 악랄한 범죄조직의 보스 역의 윤계상은 어색했다. 장첸이 아니라 윤계상이 연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초반엔 마동석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많이 갔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윤계상의 연기에 놀랐다. 악을 쓰는 연기와 날렵한 액션에선 상당히 놀랐고, 배우로서의 성장이 느껴졌다. 주연 배우 말고도, 조재윤, 최귀화, 임형준처럼 눈에 익은 조연과 처음 보는 신인배우들까지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특히 경찰들은 실제 경찰을 데려다 놨나 싶을 정도였다. 

<신세계>를 봤을 때만큼 소름 돋진 않았지만,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를 보면서 초반부터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었고, 감동과 코믹의 적절한 치고 빠지기, 잔인하지만 손색 없는 액션이 좋았다. 가족들 모두 지루하지 않게 잘 보고 나왔지만, 스토리의 깊이나 다소 만화 같은 캐릭터 설정은 좀 아쉽다. 네이버 영화 관람객평점에선 9점대까지 나오지만, 워낙 볼 게 없어서 나온 것 같고, 실제론 7점대 정도의 무난한 평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