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일상, 171024-171111

일상, 171024-171111



지금은 이미 입동도 지났고, 겨울 냄새도 슬슬 나기 시작했지만, 몇 주 전만 해도 좋아하지만 약간은 애매한 계절, 가을이었다. 점퍼를 입기는 뭐해서 코트 하나 사러 갔던 명동. 당장 입을 만한 옷이 없으니 뭐라도 골라야 했는데, 썩 마음에 드는 건 없고, 괜히 따뜻한 옷을 보니 엄마, 아빠 생각이 나가지고. 냉큼 전화로 좋아하는 색과 사이즈를 묻고, 몇 개 추려서 사진을 보내고 하나씩 골랐다. 이렇게 마무리하면 훈훈하겠지만, 계속 이 색이냐, 저 색이냐, 정했던 사이즈가 맞을까 하면서 하면서 엄마랑 몇 번을 실랑이하느라 또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별 수 없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편집부 직원들하고 점심을 따로 먹으러 나간다. 그때마다 뭘 먹을 건지가 제일 난감하다. 왜냐면 여기는 정말 먹을 만한 곳이 없으니까. 그러다 점심 먹기 전에 재미로 사다리타기 한판을 했다. 각자 먹고 싶은 곳을 하나씩 말해서 걸리는 곳을 가자고. 결과는 금방 정해졌고, 12시가 되자마자 나가면 뭐 먹지? 하고 헤맬 일은 없으니 괜찮겠다 싶었는데, 만석. 결국 또 뭐 먹지? 하는 패턴이 되었지만, 잠깐의 재미는 있었으니, 나쁘지 않았고. 

 



엄마, 아빠 옷을 전달해준다는 핑계로 집에 다녀왔다. 따지고 보면 추석 때도 봐서 그렇게 오랫동안 못 본 것도 아닌데, 엄마, 아빠는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고 한다. 임뚱하고 금요일에 칼퇴하고 집에 도착해 이것저것 챙기고 동두천으로 가니 대략 8시 반을 넘겼고. 거실엔 고기랑 밑반찬이 한상 차려져 있었다(이런 재미로 집에 가지). 먹으면서 한참 얘기하고 났더니 잘 시간. 불금은 이렇게 끝이 났고, 다음 날. 점심만 먹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려는데, 엄마가 감악산이 가보고 싶다며 눈치를 주었다. 쉬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지만 먹히지 않았고, 엄마랑 임뚱이랑 어느덧 감악산에. 가을의 계절을 실컷 실감하고, 마무리로 카페까지 갔다. 이럴 때마다 어차피 엄마 뜻대로 해줄 텐데 왜 맨날 나는 반항하는 걸까 싶다. 이럴 바엔 처음부터 고분고분 잘하면 될 텐데.  




친구 L의 집들이 겸 또 다른 친구 L의 청접장 전달을 위해 주말에 만나기로 했지만, 약속은 쉽게 바뀌기 마련인 법. 집들이 친구 L이 감기에 걸려서 청첩장 친구 L과 둘이서만 만나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다른 동네로 나갔겠지만, 이렇게 된 바 내 구역 성수동으로 오라 했다. 사실 성수동이 카페거리로 나름 명성을 얻었다 해도 여전히 볼 것도 없지만. 다행히 친구가 찾아오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으므로, 나도 편하고, 너도 편하고? 그러곤 지나다닐 때마다 가보고 싶었던 쉐어드테이블이란 곳에서 커피랑 케이크를 먹으면서 대망의 청첩장 전달식. 결혼의 진행과정은 잘 알고 있었지만, 청첩장을 마주하고 보니 '너가는구나'라는 확실한 느낌. 예쁜 청첩장도 받고, 간만에 얼굴 보고 수다도 떨고, 은근 힐링 타임.   




올해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실패로 끝이 났다. 각자가 받고 싶은 선물보다 주고 싶은 대로 준 결과였으려나.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로 하나는 방치되었고, 또 하나는 유통기한을 넘겨 휴지통에 들어갔다. 그뒤로 우리는 기념일을 챙기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또 빼빼로데이가 돌아왔다. 딱히 챙기려고 했던 건 아닐 텐데, 이 시즌이 되니 임뚱의 회사에서 수제 초콜릿을 팔았던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수제 초콜릿 사줄까?" 하고 묻길래 "아몬드만 사" 하고 건조하게 대답했는데, 결국 한 박스를 사왔다. 화이트초콜릿은 말린 과일을, 기본 초콜릿엔 아몬드를 넣은 것. 다음 날 회사에 가져가 직원들이랑 나눠 먹었고, 말린 과일은 영 아니었다고 말했더니 다신 안 사준단다. 좋은 말만 해줄 걸 하다 싶다가도 한편으론 반발이 든다. 그러게 아몬드만 사라니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180108-180228  (0) 2018.02.28
일상, 171112-180107  (0) 2018.01.07
일상, 170930-171023  (0) 2017.10.23
아름다운가게 소소한 책기증  (0) 2017.10.14
일상, 170827-170929  (0)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