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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기억의 밤》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기억의 밤》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좋아하는 장르인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호감인 장항준 감독의 작품이라는 데 호기심이 동해서 어젯밤엔 <기억의 밤>을 pick. 결론부터 말하면 장항준 감독에 대한 호감이 더욱 높아졌다. 방송에 나올 때면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를 본인이 키웠는데, 지금은 김은희의 남편으로 불리는 일이 많다고 하면서 희화화하는 일이 많은데 <기억의 밤>으로 감독 장항준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보게 됐달까.  



<기억의 밤>은 평범한 가족의 이사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님과 형 유석(김무열), 그리고 동생 진석(강하늘)이 그 가족인데, 이삿짐 정리가 끝난 저녁 형이 갑작스레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형의 납치로 진석은 환각, 환청 등 신경쇠약의 증상이 심해지는데, 다행히 19일만에 형이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안심한 것도 잠시, 다리를 절던 형이 갑자기 똑바로 걷질 않나, 밤마다 몰래 나가면서 뒤를 밟힐까 자신이 잠든 것을 확인까지 한다. 이를 어머니에게 털어놓자 오히려 누군가와 '진석이 눈치챈 것 같아'라며 은밀하게 통화하는 걸 목격한다. 가족들을 믿을 수 없는 진석. 그는 그 길로 경찰을 찾아가, 가족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자신이 그들에게 납치, 감금된 것 같다고 털어 놓는다. 그와 동시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하나씩 풀리는데…. 



<기억의 밤>은 장항준 감독의 의욕이 어느 정도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큰 줄거리 하나를 두고, 이리저리 이야기가 갈라진다. 그래서 초반엔 '가족 행세를 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지?'가 궁금하고, 중반엔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가 궁금하고, 후반부엔 '대체 왜 죽인 거야?' 하는 궁금증으로 시시각각 변화한다. 한 영화에 모든 걸 보여주고 싶어 하다 보니 후반부엔 기막힌 반전도 힘을 잃고, 신파로 가는 측면이 없질 않으나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스릴러다. 



일단 주연 배우인 강하늘, 김무열의 연기가 물이 올랐고, 문성근, 나영희 같은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려준다. 여기에 음악과 영상미랄까(음악 진짜 최고). 초반부엔 계속해서 몰아쳐대는 느낌이 들고, 모든 장면마다 쓸데없는 설명 대신 이미지나 대사 하나로 임팩트 있게 담아낸다. 상업적인 영화임을 잊지 않으면서 예술성도 얹어 놓은 듯한, 아름다운 스릴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