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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송은정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송은정



지난번 '1월 책 리스트' 포스트에도 언급했던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는 일단멈춤이라는 여행책방을 운영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담긴 에세이다. 아쉽게도 책방은 찾아가보진 못했지만, 당시 드물게 '여행'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큐레이션을 했던 터라 화제가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중에 한번 가볼까 했을 땐 이미 책방을 접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EJ씨가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발견했다며 온라인 서점의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다. 그렇게 이 책을 알게 됐고, 늘 마음에 두었던 작가와 책방이었던지라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책 정보를 보면서 판형이 작겠단 것쯤은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실물은 더 작게 느껴졌다. 192쪽이라는 얇은 분량에 사진으로 할애한 페이지도 있고, 본문도 양쪽정렬이 아닌 탓에 텍스트는 턱없이 적어 보였다. '이 책이 만 이천 오백원이라고?'가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역시 서점에서 실물로 보는 건데, 내용이라도 조금 읽어볼 걸 하는 자책 아닌 자책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부분엔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이직 대신 창업을 택했던 일화를 소개한다. 보통 퇴사를 하면 그다음은 이직이 되기 마련인데, 뜻밖의 행보를 하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용기'를 언급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용기라니 그럴 리가요' 하고 속으로 대답했다는데, 시작부터 그 꾸밈 없는 이야기가 좋았다. 이후 책방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적인 이야기도 차분하면서 글맛이 좋아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특히 무심히 책방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짜장면 배달부에게 한마디 하려다 책을 골라달라는 그의 말에 왜 그가 책을 읽으려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을까하고 자신을 돌아본다거나, 책방의 분위기를 오롯이 담을 만한 장소를 찾으려 돌아다니거나자신만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일하리라 생각했지만 돈 때문에 오히려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내키지도 않는 강좌를 열었다는 이야기 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쨌든 그때의 경험과 기억으로 이렇게 책도 내면서 전진하는 작가를 보면 쓸모없는 일 역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첫인상은 별로였어도 오랜만에 내 취향의 에세이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