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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마지막 패리시 부인》 - 리브 콘스탄틴

《마지막 패리시 부인》 - 리브 콘스탄틴



예전에 사놓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도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새 책을 질렀다. 그것도 처음으로 도전해본 전자책이다. 크레마를 선물로 받고 일 년 동안 서랍 안에 모셔두다가 이번에 혼자 여행을 계획하면서 쓰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전자책으로 읽기엔 소설이 좋은 것 같아서 책을 고르다가 온라인 서점 상세이미지를 보고 궁금증이 증폭된 <마지막 패리시 부인>을 읽기로 했다. 모든 걸 가진 여자와 그녀가 가진 모든 걸 뺏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일러스트와 함께 주요 사건을 짚어주니 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리브 콘스탄틴이라는 필명으로 자매가 치밀하게 쓴 데뷔 소설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인지 권선징악적인데, 결말이 궁금해서 계속해서 읽게 되는 가벼운 복수 스릴러라고나 할까. 소설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된다. 1부는 신분을 위장해 완벽한 남자인 잭슨 패리시의 부인이 되고자 하는 앰버 패터슨의 이야기, 2부는 패리시 부인인 대프니의 과거와 앰버의 계략을 눈치챈 뒤의 이야기, 3부는 앰버와 대프니의 현재와 결말이다. 


소설 속 시골 출신의 가난한 여성 앰버는 신분상승의 욕구가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런 그녀의 타깃은 완벽한 패리시 부부. 이들은 수려한 외모와 부, 명성으로 사교계를 휘어잡는 화려한 커플이다. 소유욕이 강한 앰버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모든 걸 지닌 패리시 부인 대프니를 보고 그녀의 모든 걸 빼앗기로 한다. 제일 먼저 대프니의 죽은 여동생이 낭포성 섬유증이란 병에 걸렸단 걸 알고 접근해 세상에 없을 다정한 친구를 연기하고, 점차 가족들과도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신뢰를 쌓은 후엔 교묘한 거짓말로 잭슨 패리시의 비서 자리를 얻고, 그의 곁에서 그가 원하는 이상형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하나씩 이루어나간다. 하지만 그 계획을 대프니는 전부 알고 있는 상황, 과연 앰버는 뜻대로 패리시 부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차지한다면 어떻게 차지할지가 이 소설의 중요 대목이다.  


종이책 488쪽의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개인적으로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결말이 궁금해서 늦은 밤에도 크레마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었을 정도. 그렇다고 생각지 못한 치밀한 반전을 선사한다기보다는 다소 막장 드라마 같은 대중적인 힘이 있는 소설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똑같이 읽은 한 후배는 주인공에게 대개 이입되기 마련인데, 앰버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고. 왜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 책의 소개에선 <나를 찾아줘>와 <걸 온 더 트레인>을 비교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비하인드 도어>와 가까운 작품. 간만에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