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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미치오 슈스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미치오 슈스케



추리소설을 자주 읽는 지인이 있어서 "혹시 괜찮은 스릴러가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하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 추천받은 작품이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장르문학을 읽을 때면 작가를 제일 먼저 보고, 그다음엔 표지디자인과 제목을 주로 본다. 

그런 이유로 2007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자신의 책을 동시에 3권 올렸다는 미치오 슈스케의 이력은 놀라웠지만, 내게는 어떨지 모르는 미지수의 작가였고, 표지는 좋아도 어쩐지 제목만으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터라 다른 자극적인 소설들에 번번이 밀리곤 했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던 이 책이 몇 개월 전인가 장르소설 베스트셀러에 미친듯이 치고 올라오는 게 아닌가. 그렇게 계속 몇 년간 찜하다가 이번에 다 읽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인 나, 배경은 여름 방학식 날이다. 그날 친구들에게 자주 따돌림을 당하던 S가 학교에 결석했고, 나는 유인물을 전달해 주기 위해 S의 집으로 향한다. S의 집에 도착한 나는 친구를 불러보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방쪽으로 가보니 친구가 밧줄로 목을 맨 채 늘어져 있었다. S의 죽음을 목격한 나는 곧바로 학교로 돌아가 선생님에게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선생님이 S의 집으로 갔는데, 그곳에 있어야 할 시체가 사라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나의 집에 거미의 모습을 한 S가 찾아오고, S는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선생님이 나를 죽였어, 내 시체 좀 찾아줄래?"    


이후로 책은 내가 S의 시체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시체 유기 용의자로 지목된 선생님, 그리고 그의 은밀한 비밀, S가 죽던 날 아침을 목격한 다이조 할아버지, 이상한 책자, 아이들의 유일한 말동무 도코 할머니, 나와 여동생을 차별하는 엄마 등 주요 인물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가 독자에게 하나씩 제공되는데, 거기엔 사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여 있다. 몇 번의 헉, 하는 반전을 지나면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이 드러난다. 그야말로 작가가 미쳤네, 싶을 정도. 순수해서 잔인한 악의와 환생이라는 묘한 결합이 신선하면서, 또 한편으론 슬프다. 완독을 하고, 다음 날이 돼도 그 충격이 계속 가시지 않을 정도였으며, 당분간 이만큼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책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올해, 아니 인생 최고의 미스터리였다.  




그런데 이 완벽한 미스터리에 오점이 있다면 너무 많은 오탈자. 처음엔 실수겠지, 하고 넘겼다가 하도 많이 나와서 화가 났고, 나중엔 체념했다. 보니까 같은 부분에서 계속 틀리는 걸 보니 실수라기보다는 역량 탓인 듯한데.. 너무하다 싶었다.   

'예요'를 '에요', '이래 봬도'를 '이래 뵈도', '돼요'를 '되요', '들르다'를 '들리다'.. 나중엔 틀린 걸 세다 포기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