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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진작 할 걸 그랬어》 - 김소영

진작 할 걸 그랬어 - 김소영



접점도 딱히 없는데, 이상하게 관심 가는 사람이 바로 김소영 아나운서였다. 그녀가 나왔던 <신혼일기>를 제대로 본 것도, 퇴사 후 열었다는 책방을 가본 것도, 진행했던 뉴스를 본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그녀가 갑자기 작가로 변신, 에세이를 냈다. 뒤표지에는 장문의 손석희 아나운서의 추천사까지 딸려 있다. 책소개를 살짝 살펴보니, 자신이 운영하는 '당인리 책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다. '책방' 책이라면 일단 관심이 혹하고 보는 타입이라 바로 주문을 했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받아든 책 디자인에 마음을 뺏겼다. 핑크핑크한 표지라니. 내용은 '책에서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았다'라는 부제처럼, 퇴사 후 우연히 떠난 도쿄 책방 여행에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만났고, 책방을 열게 되었다는 책방 창업기다. 도쿄 여행이 아무래도 남편과 떠난 여행이라 그런지 곳곳엔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일상도 담겨 있고, 책방을 돌면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읽었던 책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미 다녀온 곳이거나 읽었던 책들이 나와서 무척 반갑다. 


그런데 이상하게 책을 읽을수록 진도는 잘 나가지 않았다. 좋아하는 도쿄의 책방들 보는 재미도 있고, 글도 어렵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다 좋았는데. 대체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방 창업이 너무 쉬워보였던 것 같다. 분명 내가 모르는 고민과 고생을 했을 텐데, 그 과정의 일부만 담겨 있어서인지 그랬다. 간판급 아나운서가 아니었다면, 남편이 없었다면…. 같은 일들을 떠올리면 너무 다른 세상 사람의 이야기 같았다. 

여기에 아마도 전에 읽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는 책이 오버랩되었던 것도 영향이 없진 않았을 테다. 책방을 열었지만 정작 좋아하는 책을 읽지 못하고, 생계 때문에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전보다 많은 시간 일을 한다거나 했다는, 그래서 책방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잠시 마음이 어지러워서 읽지 못했던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분명히 김소영 아나운서였기 때문에 책방이 흥한 것은 맞지만, 그게 문젤까? 그녀가 하는 일이 출판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고맙다.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이 우연히 책방을 찾고, 책을 읽고, 또다른 동네 책방에 관심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녀가 바라는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동네 책방이 여럿 생길지 누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