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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누구》 - 아사이 료

누구 - 아사이 료



어디서 보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책 소개를 본 순간 '아, 이 책은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반짝이는 신간에 가려 이 책에 손을 뻗치는 데는 좀 오래 걸렸다. 아마 우연히 들렀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 속도는 더 늦었으리라. 중고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는 '깨끗한가'를 기준으로 여부를 결정한다. 다행히 읽고 싶었던 책이 '멀쩡'했으므로 망설임없이 내 가방에 안착할 수 있었다. 


”너, 실은 나를 비웃고 있지?” 이 문장 하나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센지 가늠할 수 있다. 책의 배경은 일본, 취업활동을 하면서 SNS로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드러내는 젊은 대학생 5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취업에 별달리 생각이 없는 분위기메이커 다쿠토, 그의 룸메이트이자 연극 활동을 한 고타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다쿠토의 전 여친 미즈키,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친 리카, 취업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리카의 남자친구 다카요시다. 


평범한 이들이 모인 취업활동으로 보이지만,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뒤틀린 내면이 조금씩조금씩, 철저하게 까발려진다.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좋은 사람인 척 하지만, 실은 익명의 계정을 두고 주변인을 조롱하고, 야유하고, 관찰하는 주인공…. 공포소설도 아닌데, 잔인한 내용도 없는데 어쩐지 오싹하고 소름끼친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말이 있다. 이는 '속마음'과 '표면적인 겉치레'를 의미하는데, 그만큼 일본인이 앞뒤가 다른 행동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면의 뒤틀림'을 묘사할 때는 감히 일본 소설을 따를 수 없는 것 같다. 뭐랄까. 전혀 이런 건 본 적이 없어, 라는 느낌이라기보다, 누군가 혹은 내가 한 번쯤 생각했던 악한 생각들을 너무 잘 다뤘다는 느낌이다. 


<누구>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 아사이 료는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라는 소설로도 유명하다. 당시에도 현역 학생 신분으로 스바루 신인상도 받고, 소설이 영화화되어 10만 부가 넘게 팔렸단다. 처음부터 대단하 상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탓에 부담이 컸던 듯한데, 그다음이 나오키 상이니 재능이 확실한 작가다. 매번 읽는 작가 대신 새로운 작가를 알고 싶었는데, 괜찮은 작가를 찾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다만 <누구>를 읽을 땐 초반의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다소 늘어지는 초반부를 넘어서면 페이지가 휙휙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