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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Day 1. 군산 - 빵집 이성당, 경암동철길마을

Day 1. 군산 - 빵집 이성당, 경암동철길마을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온 곳은 빵집 '이성당'. 1945년에 생긴 빵집으로 긴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고, 국내 5대 빵집에 들 만큼 유명한 빵집이다. 군산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겠지만, 여행자들도 쉽게 지나치기 힘든 명소 중의 명소. 관광책자에도 '맛집'으로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곳이라 처음 계획 때부터 이곳은 늘 우리의 입에 오르내렸다. '집에 갈 때 빵도 꼭 사가요' 하고. 



이성당은 본관과 신관으로 나뉘어서 빵을 판매한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야채빵'과 '단팥빵'인데, 그 두 메뉴는 본관에서만 판매한다고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본관은 이미 바깥까지 대기줄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도 계산을 위해 또 줄을 서야 하는 상황. 점심 때 우리가 짬뽕을 포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또다시 '야채빵'과 '단팥빵'을 아주 쉽게 포기했다. 빵이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는 것과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블로그 글이 한몫했다. 



야채빵은 없지만, 야채쌀빵은 있어서 그거랑 다른 빵을 몇 개 샀다. 맛집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하면 실망이 큰 법이라 집에 와서 그냥 먹었는데, '샐러드빵'이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나머지는 고만고만. 너무 단 빵은 싫어하는데, 담백해서 먹기 더 좋았다. 이성당은 이런 맛이군, 하고 아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부장님이 아이스크림도 사주셨는데, 이건 뭔가 오묘했다. 일반 바닐라가 아니라 '바나나'랑 '코코넛'이 생각나는, 뭔가 더 느끼함이 가미된 맛? 개인적으론 불호. 




이성당까지 돌았는데, 기차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경암동철길마을'이나 더 돌자고 움직였다. 이 날씨에 군산은 걸어서 다니기엔 힘들고, 차를 타고 다니면 시간이 남아도는 그런 곳이었다. 처음엔 돌아볼 게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곳 역시 30분 정도면 넉넉히 사진도 찍고, 구경할 수 있다(아무런 체험도 하지 않는다면).   



경암동철길마을은 이름 그대로 철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상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교복대여점, 타로사주점, 불량식품가게, 액세서리점 등.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난다 했는데 '대구의 김광석거리'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옛 사람들에겐 향수를, 젊은 층에겐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관광지인데도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 여기는 <동상이몽>에 장신영, 강경준 커플이 나오면서 더 궁금해진 곳인데, TV 속 분위기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긴, 이 날씨에 교복을 대여해서 사진을 찍고 다닌다면 쪄죽겠지, 하고 빠른 인정. 대신 곳곳에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가족, 아이, 연인 사진이 있어 날 좋을 때의 분위기는 가늠해볼 수 있었다. 좀 더 북적거렸으면 흥이 났을 텐데. 조용한 데다 우리의 기력도 이미 쇠해서 정말 여행의 마무리 느낌이 났다. 마무리로 좋은 코스.



경암동철길마을을 끝으로 군산역으로 이동. 배터리가 간당간당할 때까지 정말 많은 걸 보고 다닌 하루였다. 일정을 다 마치니 소나기가 내려 타이밍도 굿굿. 돌아오는 기차에선 세상 모르고 폭풍 잘 만큼, 당일치기로 완전 알차게 군산을 돌아봤다. 충분히 재밌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타지역에 비해 명소가 약해서 그런가, 당분간은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는 것. 뭐랄까, 도시 자체가 가진 게 너무 적은 것 같은 느낌. 이런 생각 때문에 씁쓸함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