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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사에서 벚꽃 나들이 3차 @어린이 대공원

워커힐 피자힐은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곳이라 의미 있었지만, 벚꽃을 보기엔 좀 아쉬웠다. 몇 주 전부터 벚꽃만을 보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드문드문, 그마저도 '활짝'이라는 느낌은 없었던 것이다. 모처럼 회사에서 멀리 밖으로 나왔는데, 이대로 그냥 가기는 뭔가 허해서 어린이 대공원으로 3차 이동을 하게 되었다. 예정에도 없던 일정이었는데, 어린이 대공원에 차를 대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사진과 같았다. 

 

여기야말로 벚꽃 명소! 대학생 때 아주 잠깐 여기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볼 게 별로 없다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때 내가 본 건 일부였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이날의 어린이 대공원은 아주 좋았다. 넓은 공원에서 벚꽃을 즐기며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 

 

원래 3차는 예정에 없던 일이고, 각자 일이 있으면 조기 퇴근을 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멋진 곳을 만나니 다들 집에 가지 않고 한 바퀴 둘러보기로. 어쩌다 보니 비교를 하게 되는데, 워커힐 쪽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았던 벚꽃. 거기다 '공원'이라는 이름 덕분인이 여유로운 분위기가 흘러넘쳐서 만 보 넘게 걸어다녔음에도 쉬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이 대공원에 동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여기서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종류가 많고, 원하는 대로 맘껏 볼 수 있고, 게다가 무료라서 나들이 코스로 오기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았던 캥거루, 얼룩말. 캥거루가 뛰는 폼이나 속도가 신기.ㅎㅎ

 

얼룩말을 지나쳐 잠시 걸어가니 '맹수마을'이라는 곳이 보였다. '이름이 귀여워서' 푯말을 찍고, 구경 시작. 동물엔 크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신기한 동물들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오른쪽 사진의 동물은 재규어. 동물 옆에 안내판이 있어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 출신이 어딘지 알면서 관람하니 괜찮았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도 같이 붙여 놓은 경우도 있어서 흐뭇. 

 

재규어에 이어서 여우였나..? ㅋㅋ 벌써 갔다온 지 일주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가운데는 일본원숭이. 얼굴과 엉덩이가 새빨개서 아파 보일 정도였던. 원숭이는 다른 동물보다 월등히 종류가 많았고(원숭이마을이 따로 있었던 듯), 사람하고 비슷한 행동을 보여서 더 오래 구경을 한 기억이 있다.

 

이 주위로 동물에게 먹이를 함부로 주지 말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걸 무시하고 바나나를 주는 관람객이 있었다. 먹이를 따로 받아먹지 못한 원숭이들은 성을 내며, 다툰다고 했다. 실제로 보기도 했고. 꼭 다투지 않더라도 너무 자주 먹거나, 먹어선 안 될 음식에 노출될 우려도 있을 텐데, 참 하지 말라면 하지 말 것이지 어딜가나 꼭 말 안 듣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간단한 매너도 지키지 못하는 어른이라니. 

 

마지막은 의외로 가장 임팩트가 컸던 코끼리. 위에 있던 먹이를 코를 말아서 입으로 가져와 먹는데, 실제로 코끼리의 먹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어서 넋을 놓고 봤던 것 같다. 느릿느릿 그런데 성실히 먹고 싶은 걸 끝까지 먹는 게 기특하더라고. 

 

사실 자연에서 있어야 할 동물들을 인간의 구미에 맞게 우리에 가둬두고, 관상용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인식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동물들을 둘러보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렇게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내가 있다.ㅠㅠㅠ 

 

이로써 회사 벚꽃 나들이는 끝이 났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예정에도 없던 어린이 대공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법이다. 

벚꽃놀이 이후 고작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계절은 봄에서 여름이 되어가는 듯하다. 벚꽃은 죄다 떨어졌고, 나무들은 초록초록하다. =)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2019년 봄 벚꽃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