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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양양에서의 저녁 :: 낙산놀자대게

속초동아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J오빠와 같이 저녁 약속을 잡았다. 강원도에 자주 오는 게 아니니까, 온 김에 얼굴도 보고 현지인이 골라준 맛집에도 가면 어떨까 했던 것. 거기다 지난번에 '아직 대게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나'라는 말을 임뚱에게 했더니, 자연스럽게 저녁식사 메뉴는 대게가 되었다. 그리고 7시쯤 J오빠를 만나 예약한 낙산놀자대게 집으로 다함께 이동.

 

가게는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젊은 느낌이 났다. 플랜카드나 주위에 써 있는 멘트나 이런 것이 대게 전문점이라기보다는 술집 분위기랄까...?  듣기로는 손님이 많아 자리 잡기 어려운 곳이라 했는데, 이날은 도착하니 빈곳이 좀 있었다. 너무 손님으로 많아서 북적거리고 시끄러운 곳보다는 보다 여유로운 곳을 좋아하니까 괜찮았다. 미리 예약을 해둔 터라 자리엔 식기와 기본 상차림은 되어 있는 상태(소스, 닭강정, 젓갈..). 

 

세트 메뉴를 시켰더니 대게 외에 다른 음식도 같이 곁들이로 나왔다. 회, 새우튀김, 생선가스, 묵사발, 감자튀김, 구운새우, 라면.  대게 하나만 먹기에는 물릴 수 있으니, 다양한 메뉴를 함께 주는 것은 좋았다. 여러 메뉴 중 의외로 괜찮아서 자꾸 손이 갔던 건 묵사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메뉴인데, 맛있어서 놀랐다. 나머지는 일반 식당과 비교해서 특별한 장점은 잘 모르겠... 익히 알던 맛. 

 

맥주도 하나 시켰는데, 맥주도 맥주지만, 가게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컵이 더 맘에 들었다.

 

회와 튀김, 묵사발에 이어 나온 새우. 그리고 대망의 대게. 나오자마자 게딱지에는 밥을 비벼달라고 요청했고, 다시 가지고 올 동안 우리는 게를 집어서 먹기 시작. 생각했던 것보다 살을 바르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살이 두툼. 대게는 처음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대게래봤자 결국은 게였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홈쇼핑에서 대게 살 바르는 걸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최고조에 달했었는데, 대게=게맛살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 집에만 해당하는 건지는 모를)

 

게딱지에 비벼온 밥도 '아, 이 맛이었구나' 하는 느낌. TV 속에서 연예인들의 반응만 봐서 어떨까 싶었는데, 맛있긴 한데, 어디선가 먹어본 고소한 밥맛 정도. 마무리로 나온 라면은 홍합과 대게가 들어간 해물라면. 개인적으론 물이 많아서 좀 밍밍했던 편인데, 어차피 배불러서 다 먹지도 못했다. 

 

이곳에서 음식을 먹는 동안 맛, 분위기, 서비스를 생각해봤을 때 꼭 이 집이어야 하는가, 싶었는데,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음식의 구성이나 종류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던 것 같은데 서비스는 글쎄. 라면을 주문하고, 하도 안 나오길래 어떻게 된 거냐 물었더니, 무뚝뚝한 표정으로 '순서대로 나올 거'라며 말하던 직원. 웃으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어도 알아들었을 텐데. 이런 집을 오려고 이렇게 달려왔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나름 기분 좋게 찾아갔던 집이었는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