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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Day 4. 도쿄 - 에노시마 신사, 타코센베이

청동 도리이를 지나 고갯길을 따라 위로 오르면 몇몇 매장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나타난다. 이 지역의 명물이라는 '타코 센베이(문어 전병)'를 파는 가게다. 우리의 먹킷리스트 중에도 있던 거라서 얼른 우리도 동참하기로 했다. 

 

가게 옆에 익숙한 자판기가 있었다. 위쪽에 문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타코 센베이를 고르는 버튼. 센베이를 1장만 구입할지, 그 이상할지는 숫자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 타코가 아닌 다른 걸 먹고 싶으면 아래쪽 다른 버튼을 누른다(잘 모르면 사람들 누르는 거 보고 대충 따라하면 될 듯). 자판기로 계산을 마치면 종이가 나오고, 이걸 직원에게 주어서 교환권을 받으면 된다. 문어 그림의 귀여운 교환권.ㅎㅎ 

 

주문한 타코 센베이가 나올 때까지는 근처에 있는 고양이들이랑 놀기.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엉덩이가 무거운 애들. 

 

조금 기다리니 궁금했던 타코 센베이 실물이 등장! 꾹 눌러서 납작한 센베이로, 안에 문어가 큼직하게 들어간 게 눈에 띈다. 든든하게 속이 차는 느낌은 아니고, 그냥 입이 심심할 때 먹는 바삭한 간식. 가격은 관광지다 보니 좀 비싸다 싶긴 하지만, 명물이니까 한 번쯤 재미 삼아 먹기 좋다. 

 

타코 센베이 가게를 뒤로하면 눈앞에 바로 에노시마 신사가 눈에 띈다. 유료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망대랑 볼 수 있다는 이야길 본 것 같은데, 이미 시간이 늦어서, 또 이미 가마쿠라에서 비슷한 분위기는 봤으니까 패스. 붉은 도리이 앞까지 갔는데, 이 정도 풍경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전망대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분위기 좋고. 애매한 시간대라 사람들끼리 북적대며 몸 부딪히는 일도 없어서 더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도쿄의 중심과는 확실히 또다른 느낌ㅎㅎ

 

붉은 도리이 위에 있는 누문으로 '瑞心門(단심문, 즈이신몬)'이다. 사람들이 참된 마음으로 참배하라는 뜻에서 명명한 이름이라고(구글 자동 번역은 '싱싱한 마음'이라는데.. 참된 마음이겠지?).  

 

내가 둘러본 곳 근처에 있는 전망대 매표소, 그리고 누문 쪽에서 바라본 에노시마 상점가. 여기서 발걸음을 돌렸지만 더 위로 올라갔으면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많긴 하다. 

 

여행 중 기념사진은 잘 찍지 않는 편인데, 여기는 사람이 없어서 사진도 찍음.ㅎㅎ 

 

상점가를 벗어나서 다시 숙소가 있는 신바시로 향하는 중. 하늘이 파란색으로 덮여서 걷는 길이 더 근사해졌다. 가로등까지 들어오고, 번화가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 도쿄 중심에선 살짝 멀지만 가마쿠라랑 여기는 정말 하루쯤 시간 내서 돌아볼 만한 듯!  

 

몇 발 걷다가 또 멈춰서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내내 그랬던 것 같다. 분명 신사로 향할 때도 찍었는데 말이지. 오른쪽에는 희미하게 후지산이 보인다. 여러 색이 빚어내는 하늘에, 후지산, 은은하게 빛이 물든 바다, 작게 보이는 사람들. 나름 좋아하는 사진이다. 

 

짧게 둘러보았지만 기억만큼은 강렬하게 남은 에노시마. 뭔가 풍경이 나름 멋있길래 포스팅에 올리기. 

금방 에노시마역에 도착했다. 걷기도 엄청 걸었지만 그만큼의 시간과 수고를 할애할 만하다...♡

 

하나 에피소드를 더하면, 돌아갈 때 가마쿠라-에노시마 패스로, 그만 신바시까지 가버렸다. 표를 다시 끊어야 했던 것 같은데, 도중에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몰랐다. 신바시에 도착 후 역무원에게 설명했더니 이런 일이 잦은 듯 문제없이 스이카에서 나머지 교통비를 차감해주었다. 여행 중 실수가 일어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러고 보면 실수해도 괜찮구나, 어떻게든 다 풀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가르쳐주는 것 중 하나는 꼭 무리해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