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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벼랑 위의 포뇨》 : 나라 유리아, 도이 히로키

《벼랑 위의 포뇨》 : 나라 유리아, 도이 히로키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고 났더니 또 다른 지브리 애니메이션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보게 된 게 <벼랑 위의 포뇨>. 개봉 당시에도 보고 싶었긴 했는데 그때는 애니메이션을 극장가서 본다는 데 좀 아까웠다.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새로 작업에 들어간 일본 에세이에 언급된 영화다. 조선통신사가 다녀갔던 아름다운 도모노우라를 배경으로 한 곳이란다. 도모노우라를 가본 적이 없고, 아직까진 갈 생각도 없지만 요렇게라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좋다.

 

 

영화는 시작부터 귀엽다. 신비로운 물고기 소녀가 등장하는데, 바다의 생활에 따분함을 느끼고 탈출을 감행하는데, 그만 그물 속 유리병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이런 그녀를 구해준 것은 바다에 놀러온 소년 소스케. 유리병에 갇힌 물고기 소녀를 구해 포동포동하다는 뜻의 '포뇨'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언제까지 지켜주겠다며 정성스레 보살펴준다(이때 포뇨에게 햄을 주는 장면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하지만 포뇨는 아빠 때문에 이내 바다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소스케와 함께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포뇨를 여동생들이 도와줘 다시 육지로 모습을 나타낸다.

 

 

물고기에서 여자아이로 변한 포뇨를 처음 마음 그대로 아끼는 소스케. 덕분에 포뇨는 바다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소스케의 옆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포뇨의 엄마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포뇨, 포뇨"라고 할 때의 그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과 포뇨의 신비로운 능력(아픈 것도 낫게 하고, 장난감 배도 커다랗게 만들고)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소스케 엄마와 아빠의 깜깜한 밤 등대 교신도 로맨틱했다.

 

 

물고기 소녀라는 소재와 육지의 이성을 사랑하여 모습을 바꾸었다는 것 때문에 보는 내내 '인어공주'를 연상케 한 <벼랑 위의 포뇨>. 인어공주와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지만 뼛속까지 긍정적인 인간은 아니라 소스케가 소년이 아닌 성인이 되어도 포뇨를 물고기여도, 인간이어도 상관없이 과연 그 마음을 그대로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시니컬한 의문을 남기긴 했다. 영상미로 말할 것 같으면 지브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