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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드래곤플라이》 : 가와이 간지

《드래곤플라이》 : 가와이 간지



장르소설에서 나름 선방했던 <데드맨>이란 소설이 있었다. 작가인 가와이 간지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썼던 소설로, 데뷔와 동시에 각종 찬사를 받았던 책이었다. 1편 격인 그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즈음, 후속작이라는 <드래곤플라이>가 나왔고, 덩달아 관심이 갔었다. 표지의 만듦새나 광고, 상세페이지까지 잘 만들었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제 돈 주고 구입하려 했는데 마침 선물을 받게 되었다. 소문만 무성하고 아직 읽어보진 못한 작가의 책 2권을 받아들게 된 것이다. 


그렇게 먼저 <데드맨>을 읽게 되었는데, 신인 치고는 괜찮지만 '빨리 후속작을 읽고 싶어!'란 마음은 들지 않아, 그대로 <드래곤플라이>는 긴 시간 방치되었다. 그러다 간만에 소설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쌓여 있는 책들을 훑다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2편이라 그런지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도 좀 더 다층적으로 바뀐 것 같아 몰입이 되었다.  



<드래곤플라이>는 잠자리의 낙원이라 불리는 히류무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이곳에서 장기가 제거된 채 불에 탄 시신 하나가 발견되고, 유일한 단서는 주변에 있던 잠자리 모양의 목걸이다. 기발한 발상을 곧잘 하는 형사 가부라기는 시신의 자세가 마음에 걸린다고 밝히고, 독자적인 수사를 허락받는다(3명과 함께). 곧 시신은 잠자리 연구자 가와즈 유스케로 판명이 나고, 그의 지인으로 건축설계사 야마세 겐과 맹인인 미즈사와 이즈미가 떠오른다. 이들은 20년 전부터 같이 자란 친구들이다. 그리고 수사 과정 중 과거에 이즈미의 부모가 살해되었음이 드러난다. 불에 탄 시신, 20년 전 사건, 그리고 히류댐에 설치로 수몰될 잠자리마을…. 이 흩어진 단서들을 하나씩 쫓으면서 가부라기를 비롯한 형사들은 과거의 비극과 진실을 밝혀낸다. 



막상 <데드맨>은 이야기보다는 트릭에 중점을 둔 느낌이 들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드래곤플라이>를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 실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있으니까 읽게 된 이번 책은 기대가 너무 없었던 탓일까. 꽤 괜찮았다. 지난번보다 좀 더 용의자의 행동에 납득이 갔고, 이야기의 구조도 지루하지 않았다. 20년 전 과거, 다른 공간에 똑같은 건물을 본 목격자, 유스케와 이즈미, 가부라기 특수반의 이야기가 계속 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육감에 너무 의존하는 부분도 있고, 뭔가 사와다의 경우 용어를 너무 설명하려는 투가 거슬리긴 하지만. 



그건 그렇고, 의외로 스토리가 괜찮네, 라는 느낌이 들었는데도, 나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읽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요번에 새로 출간된 <단델라이언>을 읽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야기와 별개로 이번 책의 교정교열에 너무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처음 나왔던 오타에는 실수로 발견하지 못했나 보다, 하고 넘겼고, 인물소개가 틀려도 '와, 이런 것도 틀리나'했지만 편집자가 다를 수도 있으니까, 하고 넘겼다. 

그런데 읽는 내내 찾으려 하지 않았는데도, 걸리는 오타들을 발견하면서, 한 번 제대로 읽기는 했나 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 한 번만 제대로 읽었어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한 단에만 한꺼번에 3개의 오타가 난다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이것 말고도 너무 많은데, 일일이 체크할 수도 없고. 이 정도면 원작에 민폐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어째서 이런 퀄리티의 책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안타까웠다. 

다시 말하지만 <드래곤플라이>는 나름 괜찮았다. 1편에 비해 확실히 성장한 게 느껴져서 읽길 잘했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오타가 신경쓰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권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이라면 절레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