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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 - 미나토 가나에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 - 미나토 가나에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매대에 있는 미나토 가나에의 신간,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를 발견했다. 국내 출간되기 전 아마존에서 봤는데, 그게 이렇게 벌써 나왔구나, 하고 유심히 들여다봤다. 제목이 처음에 확 들어오는 게 아니어서 국내에 들어오면 어떤 제목이 될지 궁금했는데 원제를 그대로 따왔다. 어설프게 바꾸는 것보다 어쩌면 원제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이날은 빈손으로 돌아갔으나, 아무래도 '미나토 가나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다음에 사버렸다. 이름만 보고 산 격이라 6편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이라는 건 읽고 나서 처음 알았다.



6편의 단편은 「내 소중한 동생에게」 「베스트 프렌드」 「죄 많은 여자」 「착한 사람」 「포이즌 도터」 「홀리 마더」다. 동생과 언니, 지인, 연인, 엄마와 딸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비극을 그린다. 역시나 특유의 세심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데, 이를 테면 '재수 없다'는 것도 미나토 가나에는 '화장은 양보할 수 없는지 입술에는 밝은 핑크색 립글로스가 꼼꼼히 발라져 있었다'라는 식으로 비틀어 표현한다. 굉장히 구체적이라 상황이 재빨리 그려지고, 무엇보다 재밌다. 

기존작들이 그랬듯 이 책 역시 자기고백체가 도드라지며, 어느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뛰어난 반전을 선사한다. '이제 어떤 식으로 반전을 줄지 알겠어' 하고 미리 추측을 해놓아도, 생각지 못한 전개와 비밀이 펼쳐져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거기다 예전엔 '기분 나쁜 감정'에 주로 치우쳤다면, 곳곳에 사회문제를 담아내 읽고 나서 이 짧은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나 놀라게 된다. 단편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작품들이 기대 이상이라 다 읽은 뒤엔 '잘 샀다'는 마음까지 든 책이다. 

개인적으론 마지막 세 편이 좋았는데, 마지막 「홀리 마더」 를 보곤 울기까지 했다. '독딸'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읽으면서 실은 내가 그렇지 않은가, 하고 반성 많이 했다. 귀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해보고 싶은) 일이거나, 처음이라 하는 실수였을 수도 있는데, 난 얼마나 이해했던가 하고. 다음 구절을 보면서 어릴 적(지금도 그렇지만) 철없는 행동이 생각나 눈물 쏟았다. 나한텐 킬링 파트.



"딸의 유치원에도 같이 놀지 않았으면 하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에 아이들끼리 다니게 하는 건 상상만 해도 무섭다. 숙제를 봐주고 시간표를 같이 짜면서, 노트를 안 가지고 갔다는 걸 알면 재빨리 학교까지 가져다주고 싶다. 학교 행사에서는 맨 앞줄에 앉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싶다. 학부모 참관일에는 누구보다 예쁜 옷을 입고 학교에 가고 싶다. 모두 우리 엄마가 했던 일이다. 딸은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주눅 들지 않고 언젠가 이해해 줄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내 마음대로 행동할 것이다."

 




각 단편의 줄거리 

「내 소중한 동생에게」  -임산부 폭행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임신한 동생이 귀성 후 살해된다. 경찰의 취조를 받는 언니는 나이 차가 있는 동생과 항상 차별을 당해왔다는 이야길 하는데.. 

「베스트 프렌드」 -주인공은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며 공모전에 도전해 우수상에 당선된다. 하지만 드라마 데뷔는 최우수상에게만 주어지는 혜택. 번번이 잘 풀리지 않는 자신과 달리, 단번에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녀를 향해 "그 여자만 아니면.." 이라는 감정을 키워나간다.    

「죄 많은 여자」 -한 청년이 무차별 살인사건을 일으키고, 어릴 적 그와 한 연립빌라에 살았던 한 여성은 이렇게 증언한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굶기며 학대했고, 그런 그를 자신이 도왔다고. 그렇기에 어쩌면 자신이 죄인일지도 모른다고.. 

「착한 사람」 -캠핑장에서 한 남자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그를 살해한 혐의로 한 여성이 체포된다. 남자의 지인들은 한결같이 그를 '착한 사람'이었다고 증언하고, 반대로 여성을 가리켜 '악마'라고 칭한다. 어렸을 적부터 '착한 사람'이 되어야 된다고 주입된 여성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하지만 그로 인해 시작된 비극.

「포이즌 도터」 -자식을 억압하는 독(毒)엄마 이야기.  

「홀리 마더」 -'포이즌 도터'와 연결되는 이야기. 친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매도된 독(毒)엄마에 대한 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