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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육아

추석, 강릉

추석, 강릉



첫날, 

원래의 우리의 계획에 의하면 밤에 강릉에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추석 내내 임뚱이 아파서 서울집에서 조금 더 쉰 뒤에 내려가기로 했고, 새벽 4시경에 출발했다. 강릉으로 가는 차에선 둥그렇게 뜬 보름달을 구경했고, 비밀보장 팟캐스트를 켰다. 나는 이미 다 들었던 거라 곧바로 곯아떨어졌고, 임뚱 혼자 외로운 주행. 보통 3시간은 걸렸는데, 새벽이라 금방 강릉에 도착. 몽롱한 상태에서 다같이 가족들과 차례를 지냈고(이미 준비가 다 돼서 한 건 없었다..), 너무 졸리고, 몸도 컨디션이 똥이어서 그대로 침대로 갔다. 그 후 몸이 더 안 좋아져서 약국에 가서 각각 약을 지었고, 2시간마다 계속 꺼내들었다. 약발이 서서히 먹혔고, 그 기운에 강릉 시내 맛집을 찾아다녔다가 못 찾고 집에 와서 밥 꺼내 먹고 또 잠. 저녁엔 좀 나아져서 친척들이랑 영화 <명당>까지 보고왔다. 거기에 테라스에서 고기 굽기까지. 다 좋았는데, 어머님아버님 같이 못 드셔서 아쉬움, 죄송함. 그리고 고기는 다 좋은데, 뒤처리... 할말하않. 




둘째날, 오전

엉망이던 컨디션은 제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아침을 가볍게 챙겨 먹고, 동네에 있는 배드민턴장을 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웬 배드민턴인가 하면, 아버님이 배드민턴 대회도 종종 나가실 만큼 잘 치셔서 언제 한 번 그 모습을 보고 싶다고 계속 임뚱에게 말해둔 상태였기 때문. 그리고 온 가족이 같이 건강하게 움직이고 나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것도 없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아침 배드민턴. 네트가 쳐진 곳으로 가기까지 30분은 넘게 걸은 것 같았는데, 날씨가 너무 좋고, 구름도 예뻐서 소풍가는 기분이었다. 감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이름 모를 식물들을 구경하면서 가니까 엄청 상쾌했다. 배드민턴 장에 도착한 후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배드민턴. 아버님한테 칭찬도 받았다. 하지만 모두가 칭찬을 받았다. 칠 땐 좋았는데, 끝나고 나니 팔뚝이 아팠다. 전형적인 운동 부족. 어머님은 쉬는 틈틈이 밤을 모아오셨는데, 탱글탱글 귀여움. 강릉에만 오면 체험학습하는 기분이다.  



둘째날, 오후 

오후엔 요양원과 양양을 돌았다. 추석의 목적 그대로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려고. 갔다 왔다고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한 일은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열심히 들은 것뿐이다.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오래 있지도 않았으며, 이런저런 오랜만에 얼굴 보고 하는 건 오히려 좋았다. 할아버님을 뵙고 난 후, 어머님은 넌지시 내게 한마디하셨다. "같이 가 줘서 고마워" 라고. 이런 시어머님 어디에 또 있을까. 이런 일이 쌓이면 앞으로 더 잘해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마운 일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또 하나 배웠다. 

이날은 열심히 움직여서 휴게소 소떡소떡, 아메리카노, 와플 등으로 대충 점심을 먹었고, 저녁은 강릉에 올 때마다 늘 궁금했던 순두부짬뽕을 먹었다. 유명한 집은 연휴라 문을 닫았고, 그 근처 집으로 갔다. 줄은 섰지만 빠른 회전율로 금방 줄이 사라졌고, 음식도 미리 주문해 빨리 나왔다. 맛있는데, 좀 짜서 셋 다 물을 탔고, 그것 빼곤 괜찮았다. 다만, 짬뽕에 정말 순두부가 들어간 것 말고 특별히 다른 게 없어서 한 번 맛본 걸로 됐다. 대기도 많아서 또 가기도 어려울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