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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오늘의 인생(今日の人生) -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今日の人生) - 마스다 미리



간만에 마스다 미리 책이 읽고 싶어져서 지른 <오늘의 인생>. 처음 이봄에서 출간됐을 때, 페이지별로 색이 다른 색지로 구성한 걸 보고 작은 충격을 받았었던 책이다. 당시, 단지 만듦새로 이렇게 감성적이게도 보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름 깨달음을 얻고도 별달리 지를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뒤늦게 꽂히는 바람에 구입했다. 서툰 듯한 종이접기 모양의 표지 디자인이 독특한데, 이건 마스다 미리가 어릴 적에 만든 것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그래서 그런가 더 친근하고 멋스럽다.  


색지는 예쁘고, 신기했으나 사실 백지에 비하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눈은 좀 피로하다. 그래도 나중엔 신경 쓰지 않고 읽게 되지만.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색지 말고 더 있는데, 하나는 책에 삽입된 '오늘의 인생'이라는 제목이 모두 다른 이의 손글씨로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역자가 대학 졸업반에 취미로 일본어를 했다가, 번역하는 재미를 느껴서 오늘날 마스다 미리의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고. 츠암나. 중학교 때부터 일본어 시작해서 아직도 끙끙 대는 인간이 여기 있는데 츠암나. 


그런 그렇고, 몇 년 전 수짱 시리즈로 인기를 얻은 후에, 언제까지 내나 싶었는데 마스다 미리의 신간은 줄곧 출간되고 있다. 100쪽 내외의 책이었다면 잠시 고민했을 텐데, 의외로 240쪽의 책이고, 비교적 근간이어서 다행이었다. 책속에 들어 있는 모든 에피소드의 제목은 책제목과 동일한 '오늘의 인생'이고, 만화다. 간간이 에세이 형식이 있지만 그다지 많은 비중은 아니다. 매일 비슷하면서도 똑같은 하루는 없다는 이 책의 중심 주제처럼 평범하면서도 평온한 나날의 일상이 담겨 있다. 별일 아닌 것들을 별일처럼 만드는 재주가 참 마스다 미리스럽다. 그중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평소 당신이 즐겨 드시던 음식을 보면서 눈물 짓거나, 자연을 꼭 빼다 박은 정겨운 도서관에서의 독서 삼매경이나, 귀엽고 앙증맞은 것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거나 하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작고 작은 것들에서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고, 온전히 기뻐할 줄 아는 사람 같다. 간만에 기분 좋은 독서였다. 



+덧 : 책에서 커피숍 タリーズコーヒー가 나오는데 타리스인 줄 알고 있다가, 털리스로 나오기에 그렇군, 했더니 그다음 문장에선 탈리스라고 나왔다. 그래서 이 커피숍의 정확한 명칭은 뭔지 지금도 알지 못하는 오늘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