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 본점
"이번엔 꼭 테라로사 한번 가보자"라는 건 강릉에 내려오기 전 차안에서 했던 말. 이렇게 내려올 땐 강릉에 온 김에 여기저기 둘러봐야지 하고 의욕이 넘쳐도, 막상 설날이라 이곳저곳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피곤해져서 그냥 가만히 집에 있는 게 좋을 때가 많다. 그래서 큰 기대는 안 했었는데, 시간도, 체력도 괜찮아서 이번 기회에 다녀오게 되었다. 강릉에 내려온 지 몇 년 만에 들른 곳인지.
테라로사는 강릉이 커피의 도시로 흥하는 데 일조했던 곳으로, 카페가 아닌 커피공장이라는 이름을 단 공간이다. 카페 공간이 따로 있고, 안에 테라로사 뮤지엄 아트 숍이라는 공간도 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이것저것 둘러볼 게 많은 곳.
우리는 설날 8시쯤 이곳에 왔는데, 다행히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지 빈자리가 좀 있었다. 워낙 규모가 커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적지는 않았다. 설날 전 낮에 먼저 이곳을 다녀간 친척한테 들으니, 대기줄이 엄청 길었다고 하던데 나이스 타이밍이었던 것. 평소 강릉에 거주하는 게 아니고, 명절 때 한번 들러보는 나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강릉에 많은 카페가 생겼어도 테라로사는 여전히 한번쯤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주문을 하기 전에 임뚱하고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봤다.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커피 향이 감돌았고, 테이블, 의자, 소품이 독특한 게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2층의 경우는 좀 깔끔하게 테이블, 의자를 똑같이 만들었는데, 1층은 위치마다 독특한 테이블, 의자가 많은 편. 덕분에 자리를 고를 때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는 맛이 있겠다 싶다. 몇몇 가죽의자는 오래되었는지 가죽이 벗겨진 것들도 종종 보였는데, 그냥 그 나름대로 빈티지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테라로사는 1, 2층으로 좌석이 있어 원하는 대로 골라 앉으면 되고, 주문하는 곳과 커피가 나오는 곳이 분리돼 있다. 커피는 핸드드립 커피로, 보통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이런 식의 메뉴가 아니라 품종에 따라 고른다. 커알못이라 품종에 따라 주문하는 건 늘 좀 어려운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호에 따라 편하게 고를 수 있으니 좋을 듯.
나는 커피를 잘 몰라서 '산미가 덜 한 것을 알려달라'고 했고, 브라질 엔리케가 덜하다 해서 그걸로 주문. 임뚱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페 코체레라는 외우기도 어려운 커피를 골랐다. 여기에 아메리칸 피칸 파이 하나 더.
레몬 치즈 케이크랑 아메리칸 피칸 파이가 있었는데, 후자를 고른 우리. 큰 기대는 안 하고 골랐는데 너무 맛있었다. 최고ㅠㅠㅠㅠ 너무 맛있어서 더 시켜 먹고 싶었는데, 임뚱이 그럴 거면 너가 다 먹으라며 더 시키는 거 금지당함.. ㅠㅠ 더 시키는 건 관두고, 대신 너무 맛있으니까 나중에 어머님 용으로 하나 더 구입!
디저트는 계산대에서 곧바로 주었지만, 실은 커피는 핸드드립으로 천천히 내려서 그런가 10분을 더 넘게 기다려서야 한입 할 수 있었다. 커알못이라 이게 엄청나게 맛있는 커피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커피도 커핀데, 그릇에 집착하는 나에겐 잔세트가 너무 예뻐서 그걸로도 완전히 만족스러웠다. 이런 잔세트는 막상 가지면 잘 활용도 못하고, 이런 곳에서 가끔 써야 분위기랑도 어울리고 괜찮은 것 같다. 거기다 임뚱 잔보다 내 거가 더 예뻐서 좋았음.ㅋㅋㅋ
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여기는 펫 공간. 애완견을 데려왔을 경우 요런 곳에서 따로 먹는 테이블인가 보다. 그렇지 않아도 날이 좋으면 밖에서 시원하게 먹는 것도 괜찮을 듯. 하지만 난 안쪽이 더 맘에 들었다. 테라로사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분위기 있고(조명, 음악 굿굿), 맛있었던 것 같다. 안목 해변 카페가 최애였는데, 여기가 더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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