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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드

일드 | 여왕의 교실 - 아마미 유키, 카호, 시다 미라이

여왕의 교실(女王の教室)


편성 | 일본 NTV, 2005.7.2~2005.9.17(11부작)

출연 | 아마미 유키, 카호, 시다 미라이

줄거리 | 여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린 드라마



시간이 날 때면 티스토리 TV리뷰단으로 받은 POOQ(푹) 이용권으로 열심히 일드 정주행 중.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몰라서, 볼 수 있는 동안에 열심히 보려 하고 있다. 근데 최근에 나온 나름 재밌어 보이는 것들은 좀 봤고(아직도 리뷰 덜 쓴 것들이 있음), 어떻게 타고타고 가다 보니 2005년 드라마인 <여왕의 교실>까지 손을 뻗쳤다. 우리나라에선 고현정 주연으로 리메이크 됐던 건 아는데, 왠지 일드를 국내에서 리메이크한 건 평이 좋아도 못 보겠어서 줄거리 정도만 알 뿐 제대로 본 적은 없었다. 14년 전 작품이라 세월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꽤 볼만해서 왜 리메이크가 됐고, 또 말 많은(?) 고현정이 출연했는지 알 것 같았다. 




(캡처는 마지막화인 11화 위주로) <여왕의 교실>은 초등학교 6학년인 주인공 시다 미라이가 졸업 전 1년 동안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남기려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간 데서부터 시작한다. 행복한 학교 생활을 즐기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왔지만, 냉정하고, 신랄한 담임인 아마미 유키를 만나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첫 수업부터 반에서 상위 몇 %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쓴소리를 하고, 반장은 학급의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는 존재일 뿐이니 성적이 가장 낮은 사람이 하는 것으로 결정한다(철저히 능력제임). 처음엔 악마 같은 담임의 교육관에 반발하지만, 서서히 선생님의 애정을 느끼면서 학생들은 조금씩 성장해간다. 마지막화에서 끝내 선생님이 교실을 떠나자 완전 눈물바다가 될 만큼 굳건한 사제지간이 됨. 




일본의 성장 드라마는 워낙 많이 봤는데도, 결국 막방에서는 눈물콧물 흘리면서 봤다. 아역 애들이 얼마나 연기를 깜찍하게 하는지. 그중 시다 미라이가 담임인 아마미 유키와 함께 거의 독보적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 아이가 살렸다고 봐도 좋을 정도. (<마루 밑 아리에티>라는 애니로 이름은 낯익지만, 얼굴은 처음이다 싶었는데, 이제는 이 얼굴도 없음.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던 아이는 벌써 커서 결혼도 함)



<여왕의 교실>은 아역 시다 미라이가 극의 중심을 이끌고 있어서 배경은 학교와 집 위주. 가족들은 일반의 평범한 가정으로 상정해서 부부간 교육에 대한 가치관 대립, 가정 주부의 사회 진출 등 사회적인 이야기도 같이 엮어내고 있다. 엄마 역할이 덜렁대고, 뭔가 줏대없고 그런 캐릭터였는데, 마지막에 딸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서 끝에 좀 사이다-

이것과 별개로, 이 가족들이 나오는 장면이 좋았던 건 시다 미라이랑 카호의 자매 케미가 좋아서. 둘 다 깜찍해서 엄마 미소로 봤음. 특히 카호는 예전에 짤 같은 걸로 돌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도 너무 예뻐서 나올 때마다 시선 고정. 안경을 써도, 비중이 적어도 이쁘더라. ㅠㅠㅠ(최근 사진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회에서 교실을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데,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닌가 싶었다. 명대사 ★★★★★



"이제 그만 정신 좀 차려. 살면서 불안한 건 당연한 거야. 

중요한 것은 그것 때문에 자신감을 잃거나 근거 없는 소문에 휩싸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거야. 

예를 들면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천국에 간다고도 하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다 엉터리야. 

아무도 가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알지? 모르는 걸 아는 척하며 억지로 이해시킬 필요는 없다. 그것보다 현재가 중요한 거야. 


생각해 봐. 우리 주변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아주 많아.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있고 바로 옆에서는 작은 나비 하나가 열심히 날갯짓을 하고 있지. 

거리에 나가면 처음 듣는 음악이 흐르고 멋진 사람과 마주칠지도 몰라. 

평소 생각 없이 바라보던 경치도 계절이 바뀌면서 깜짝 놀랄 만한 일들이 아주 많아. 이런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말고 들여다보렴. 

귀를 기울여 봐. 온몸으로 느껴 봐.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거든."




교실을 떠나고 시간이 흘러 졸업식. 교장의 배려로 학교에 오랜만에 나타난 담임. 교감이었나? 깐족대도 신경 1도 안 씀. 이후 담임이 학교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아이들이 모여들고, 다같이 만든 작품을 보여준다. 벗 우(友)라는 한자 옆에 서 있는 선생님. (감동1)




겨우 맘 추스렸는데, 2차 감동이 남아 있었으니 합창으로 부르는 스승의 은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부르는 노래인 데다, 11부 동안 겪은 일이 있어서 가사가 맴에 꽂히는.. 결국 여기서 못 참고 담임은 위를 보면서 눈물 도로 넣는 중. (tmi지만 담임 첫 등장 때 <스카이캐슬> 김서형이랑 비슷해서 놀랐었음)




한편 온갖 일을 다 겪는 동안 정이 든 두 아이는 막방에서 일본 문화 중 하나인, 졸업식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교복 단추 전달하기를 하는 중. 노을 배경이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더 강조하는 것 같아서 아련아련. 


애들 캡처가 있으니 말이지만, 아이들 중심의 드라마라 얕봤다가 놀란 적이 좀 많았다.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학급에서 아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본성이 보여서 말이다. 거짓말에, 친구 배신 때리기에, 고자질에, 왕따까지. 애들인데 넘나 살벌해서 놀랐음. (확실히 일드에서 이지메를 그릴 때 좀 소름) 그래도 여튼 해피엔딩.




좀 살벌했지만 원하던 대로 1년 동안의 평생 간직할 추억과 진짜 친구들을 만든 주인공.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입학해 교복을 입고, 등굣길에 담임을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하는 말.


"선생님, 알로하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대요. '안녕, '잘 가'라는 뜻 말고, 다른 뜻도 알고 계세요?"

"사랑해"

"선생님, 알로하~"  


이 마지막을 보면서 폭풍 눈물 흘렸던 것 같은데, 대사가 좋아서가 아니고, 이 다음 차가운 표정 일색이었던 담임 아마미 유키가 이때껏 본 적 없던 환한 미소를 보여줘서. 이 미소 하나로 학생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확 느껴져서 폭풍 오열. 이 장면이 끝나고, 엔딩곡이 흐르고, 영상이 멈춰버렸을 때까지 눈물과 함께 여운이 길게 남았다. 보는 내내 선생과 제자,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일침을 날리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끔 했던 감동적인 명작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이지 뒤늦게라도 봐서 너무 다행이었다. (한국판은 안 보길 잘한 것 같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