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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곡성》 : 곽도원, 천우희, 황정민, 쿠니무라 준

《곡성》 : 곽도원, 천우희, 황정민, 쿠니무라 준

 

 

| <곡성>에서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

 

<추격자>, <황해>에 이은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 개봉하자마자 볼 생각이었는데, 때를 놓치고, 예상과는 다른 주위 반응에 뒤늦게 보게 됐다. 황정민, 천우희가 나와서 그들이 주연이려니 했는데 의외로 곽도원이 주인공이었다. 감독이 곽도원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폭스에서 반대를 해도 밀었다던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왜 그였는지 알 것 같았다.

영화를 보기 전엔 곡성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곳의 경찰인 곽도원이 사건을 해결하는 <추격자>와 같은 스릴러 영화인 줄로만 알고 봤는데, 제대로 큰코다쳤다. 감독이 6년간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걸 쏟아부었다더니,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굉장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바로 '곡성 해석', '곡성 이동진'을 검색했을 만큼 혼란스러웠다(이런 류의 영화를 잘 못 따라가는 편인데, 중반부까지 잘 따라갔다 싶었는데 역시나 망했다).

 

 

| 육회 때문에 고생했다는 그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시골 마을 곡성에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몸에는 심한 두드러기가 나 있고, 범행도 잔혹하다. 사람들은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편 경찰인 종구(곽도원)에게 무명(천우희)이 나타나 현장을 목격했다고 이야기하고, 외지인을 언급한다. 이에 종구는 외지인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의 집을 급습하는데, 그와 동시에 그의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귀신 들렸다 싶은 종구의 어머니는 무당 일광(황정민)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가 벌어진다. 

 

| 어린애가 왜 이렇게 연기도 잘하던지

 

나홍진 감독이 타협이 없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는 건 익히 들었는데,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서 그게 실감이 났다. 곽도원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은 물론이고, 아역이나 동네 주민들, 경찰 동료 등 누구 하나 영화에 폐를 끼치지 않을 만큼 연기를 소름끼치게 잘했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인 곡성을 으스스하게 잘 살렸고, 소품이나 대사 하나도 허투루 볼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영화를 보고 나서도 감독이 깔아 놓은 미끼들을 생각하며, 각 소품들은 어떤 의미인지, 말 하나 행동 하나에도 엄청 의미를 파헤쳐야 했다. 주말에 영화를 보고, 월요일에 출근을 해서도 직원들이랑 이해가 안 가는 장면마다 어떤 의미냐면서 토론까지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 황정민은 황정민

 

물론 개연성을 무시한 채 감독이 깔아 놓은 떡밥들이 있어서 해석을 다 읽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고, 감독이 의도한 것 이상으로 관객들이 해석한 건 아닌가 싶은 것도 있다. 그리고 초반 사투리 탓인지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있었고. 그래도 신앙을 주제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 B급 코드를 깔아둔 것도 예상 외였지만 좋았다. 하지만 발버둥쳐도 도통 나아지질 않는 주인공의 처지나, 시원스럽지 않은 결말은 좀 찝찝하게 남아 있다. 그래도 비추가 많던데 개인적으론 추천! 나홍진 감독이 천재임을 확실하게 안 영화였다. 개인적으론 <추격자>가 더 좋긴 한데, <곡성>은 이상하게 여운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