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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명탐정코난 : 순흑의 악몽》

《명탐정코난 : 순흑의 악몽》

 

 

12살이었다. 코난을 처음 만난 게. 그때는 KBS에서 방영을 했었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만화가 다 있담?'하고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1기 노래는 진짜 명곡..) 하지만 곧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 살인이 난무한다는 항의가 빗발쳐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이후론 공중파에서 빗겨나 투니버스를 전전하며 국내에 방영되었다. 나름 우여곡절을 겪은 코난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여전히 초딩이고, 10대였던 나는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정말이지 이 나이에도 만화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명탐정코난>은 고딩 탐정의 사건 해결이라는 주제로, 화수분처럼 새로운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책, 캐릭터, 극장판 등등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이번에 내 주머니를 털어간 건 <명탐정코난 : 순흑의 악몽>이라는 극장판이다. 사실 극장판은 최근 들어 평이 별로 좋질 않았다. 추리는 없고 액션만 분량을 늘려놨을 뿐이라는 것. 내가 보기에도 최근작은 그런 경향이 있어서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누구 보고 같이 보러 가자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재밌을지 모르겠어, 게다가 애니야.. 같이 보러 갈래?"하면 까이기 십상이었다. 결국 코난이라면 호구가 되기로 작정한 나 혼자서 보러 갔다.

 

 

이번 극장판 역시 별다른 내용을 알고 가진 않았다. 코난이니까 보러 가는 것뿐이었다. 다만, 어린이 탐정단이 많이 나오질 않길, 극장에서 아이들이 떠들지 말아주길 하는 마음이었다.

<순흑의 악몽>은 검은조직의 큐라소가 경찰에 잠입해 자신들의 조직에 스파이로 활동하는 인물들을 빼내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긴 추격 끝에 사고로 기억을 잃은 큐라소(오드아이 여인)는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수족관에 발길을 향하고, 그곳에서 코난 일행과 마주친다. 기억을 잃은 큐라소, 큐라소를 데려가려는 검은조직, 스파이를 드러나지 않게 하고 시민들을 구하려는 코난 일행들이 핵심이다. 그 사이 자잘한 갈등이 루즈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112분의 영화가 돌아가는 동안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린이 탐정단도, 극장의 아이들도 괜찮았다. "아니요. 그건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에요. 새까맣게 타버린.."이라는 오글거리는 대사는 있었지만 그런 대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자신의 색을 비로소 찾은 큐라소의 캐릭터는 제법 훌륭했고, 기대가 너무 없어서 그랬나 액션이나 스토리도 재밌었다. 다만, 추리가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이번 편의 주인공은 코난이 아니었다. 오히려 쩌리나 다름없었다. 항상 나름 '멋'에 관해선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이 편에선 아쉽다. 코난 일행도 엑스트라에 불과했다(미란이, 보라 지못미). 그래도 극장에서 본 값 정도는 한 것 같다. 이래나 저래나 해도 극장판은 또 나올 테고, 나는 또 보러 갈 테지만.

 

 

+의미 없는 덧

1. 왜 자막판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더빙판 말고 자막판ㅠㅠㅠㅠ

2. 모리 탐정사무소는 왜 한글이 아닌 한자 그대로 갔던 걸까. 다른 건 한글로 바꿨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