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영화

《잔예》 : 다케우치 유코, 하시모토 아이

《잔예》 : 다케우치 유코, 하시모토 아이

 

 

올해 7월에 개봉한 영화 <잔예 : 살아서는 안 되는 방>. 다케우치 유코가 주연인데도 영화는 개봉한 지도 몰랐다. 그러다 지난번 <크리피>를 같이 본 후로 일본영화를 싫어하던 임뚱이 일본영화에 관심이 생겼는지 이걸 같이 보자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영화라서 일단 대략의 줄거리랑 평을 좀 보고 시작해볼까 하고 네이버 영화를 둘러보았더니 혹평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니, 얼마나 별로 이길래..'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다케우치 유코는 이번 영화에서 소설가를 맡았다. 일반적인 소설이 아니라 독자들에게서 괴담에 얽힌 사연을 받고 이를 글로 옮기는 일을 했는데 어느 날, 그녀에게 혼자 있는 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는 사연이 날아든다. 기모노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린다는 것이었는데, 과거에도 같은 집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챈다. 이에 흥미가 생긴 다케우치 유코는 제보자 하시모토 아이와 집에 얽힌 과거를 좇기 시작한다. 그 과거는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이 집에 살았던 이들이 자살하거나 감옥에 가게 되거나 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걸 보여준다.  

 

 

초반의 시작은 <주온>과 <기담>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적당히 고전과 현대의 공포를 믹스한 느낌으로, 피 범벅을 한 귀신이 아니라 그림자 같은 느낌의 어두운 귀신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귀신의 비주얼보다는 주로 질질 끄는 소리, 울리는 음성, 스산한 분위기 등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그런 영화였다. 처음엔 혼자 사는 방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설정이 다소 무섭기도 했고, 놀래키겠지 싶어 잔뜩 움츠렸다. 그치만 중후반을 지날 때면 언제쯤 놀래켜 주나 하고 기다릴 정도가 된다.  

 

 

전체적으로 다케우치 유코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괴담의 근원을 하나씩 파헤쳐 나가는 동안 공포는 사라진다. 왜냐하면 어떤 네티즌이 말한 것처럼 '옛날옛날에~'가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 90년대 > 80년대.. 이제 끝이겠지 싶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리고 그 근원이란 것도 시시하다. 겨우 근원지에 이르는데, 그곳에 가서도 충분한 공포감을 관객에게 선사하지 못한다. 화면은 오래도록 어두울 뿐이고, 소리나 비주얼로 깜짝 놀라게 하거나 혹은 반전을 안겨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최초의 원인이 된 사건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런 일은 흔히 있었는데 그렇게 오래도록 저주처럼 남아 있다는 게 별로..). 공포영화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영화는 전혀 무섭지 않고, 시시할 뿐이어서 대부분의 관객이 이해가 갔다.   

 

그치만 이게 뭐야 하고 보다 말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다. 기대했던 무서운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아도, 과거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날 때의 영상은 볼만했고(기모노 입고 자살했던..), 인터뷰 형식도 나는 좋았다. 그리고 장난전화, 모니터 공포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사물이기 때문에 좋은 소재로 보였다. 기대하고 보면 잔뜩 실망할 텐데, 별 생각없이 본다면 일본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의미 없는 덧

1. 다케우치 유코가 의외로 장르물을 좋아하나 벌써 3편째.

2. 리뷰를 쓰려다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개인적으론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좋았는데. 감독의 다른 영화로는 <예고범>, <골든 슬럼버>가 있는데 궁금하다. 이런 류의 장르를 주로 만드는 감독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