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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47미터》 : 맨디 무어, 클레어 홀트, 매튜 모딘

《47미터》 : 맨디 무어, 클레어 홀트, 매튜 모딘



주말엔 늦게 일어난다. 평일에 일찍 일어나는 나를 위해 주는 작은 포상이랄까.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어쩌다 일찍 일어나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엔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본다. 그래야 주말이라는 느낌과 일찍 일어났다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결국 비정기적으로 영화 채널을 본다는 얘긴데, 한번은 몇 화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47미터>라는 영화를 소개해줬다. 안 봤으면 모를까,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이 궁금해진 나로선 꼭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꽤 되었으나, 막상 보러 간 건 좀 늦었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개봉관이 없어서 시간을 맞춰서 가야 했다. 결국 건대입구 롯데시네마를 찾았는데, 대형관이 아닌 아르테관이라는 비좁고, 더러운 공간에서 보게 됐다(상영 10분 전인데 티켓확인도 않고, 청소도 하지 않는). 이미 영화를 보기도 전에 김이 팍- 새서 환불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모처럼 보고 싶었던 영화라 그냥 보기로 했다. 영화가 무슨 죄가 있나. 



영화는 여름 휴가로 멕시코 해변을 찾은 자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느긋하게 풀에서 와인을 마시며 한껏 여유를 즐기는 두 사람. 그러다 리사(맨디 무어)는 연인과 헤어졌음을 함께 여행온 케이트(클레어 홀트)에게 털어놓고, 둘은 우울함을 떨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두 남자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익스트림 스포츠인 샤크케이지(상어 체험)에 대해서 듣는다. 솔깃한 케이트는 다음 날 체험 약속을 잡아버리고, 내키지 않아 하는 리사를 데리고 약속장소로 나간다. 체험을 하네, 마네 둘은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다 이내 물속으로 뛰어들고, 곧 두 사람이 갇힌 케이지가 심해 47미터로 빠져드는 사고가 벌어진다. 그 곁엔 상어가 돌아다니고, 산소마저 제한되어 있다. 자매는 과연 극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지가 영화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나는 단지 바닷속에 추락한 두 여자는 상어를 피해 어떻게 살아남을까가 궁금했다. 영화 보기 전에 연관검색어로 '47미터 결말'이 있었고, 대단히 나쁜 평도 없어서 큰 기대 없이 보게 됐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았다. 질질 끌지 않고 곧바로 바다에 추락해버리는 빠른 전개도 좋았고, 바다에 빠진 순간부터 산소의 부족, 상어의 습격, 바닷속 깊은 어둠 등 계속해서 조여오는 긴장감에 심장도 쫄깃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물에 빠진 것 같아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더욱이 한정된 공간, 두 명의 여배우로 지루함 없이 충분히 최대치의 공포를 끌어냈다는 것도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의 당혹감은 조금 있었는데, 그것도 저예산에 뭘 바랄 것인가 하고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 후 보게 된 포스터 속 '이 영화의 결말은 미쳤다!'를 봤다면 어땠을까. 아마 엄청나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기대를 품는 이들이 많으니 괜찮은 카피였다고 생각). 별 기대 없던 내게 <47미터>는 나름 만족했던 영화였는데, 이런 공포영화가 늘 그렇듯 뻔한 패턴이 몇 군데 있었다. 주인공들은 쓸데없이 위험을 즐기고, 낯선 이성과 쉽게 이끌리는 것 등등. 이런 뻔한 구성이 맘에 들지 않거나, 이런 저예산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별로 권하고 싶진 않다. 나 때문에 괜히 같이 봤던 임뚱은 뭐 이런 걸 보고 싶어 하냐고 계속 궁시렁거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