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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해피 데스 데이》 - 제시카 로테, 이스라엘 브로우사드, 루비 모딘

《해피 데스 데이》 - 제시카 로테, 이스라엘 브로우사드, 루비 모딘



주말 내내 늘어지게 잠을 자다가 일요일이 되어서야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인터넷 창을 켜고 개봉작들을 하나씩 훑어보다가 원래 제일 보고 싶어 했던 <리빙보이 인 뉴욕>은 평이 너무 안 좋아서 미루고, 그 대신 볼까, 하는 마음이 든 게 <해피 데스 데이>. 아는 배우 하나 없지만 참신한 반전으로 재미를 선사했던 <겟아웃> 제작진이 만들었다기에 솔깃했고, '완전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 '여주가 핵사이다'라는 평에 또 한 번 솔깃했다. 



"죽을 때까지 놀아줄게"라는 메인 카피의 <해피 데스 데이>. 영화는 말 그대로 생일날 여주인공 트리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하루를 그린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괴롭기만 한 그녀는 카터의 조언을 듣고, 이 죽음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죽인 이를 찾아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살인자의 정체는 쉽게 알 수 없고, 매번 다양한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 게다가 다시 깨어날 때마다 몸도 약해져만 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는 카터와 애정이 싹 트고, 과연 그녀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가 포인트. 

 


영화는 왜 여주인공 트리가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죽고, 이 죽음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건 자신을 죽이려는 자를 먼저 죽이는 것뿐. 얼렁뚱땅 개연성을 넘어가버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왜?'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지 않는 게 이 영화의 힘이다. 의심을 품기도 전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다음으로 계속해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공포영화로 시작해 로맨틱코미디로 끝나는 흐름도 굉장히 자연스럽다. 



처음 보는 배우인 제시카 로테는 개념 없는 인기녀의 캐릭터에 찰떡. 남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던 그녀가 반복되는 하루를 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개과천선하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공포영화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남자주인공 이스라엘 브로우사드(이름 특이하네) 역시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젠틀한 게 뭔가 콜린 퍼스 느낌이 나서 둘을 볼 때마다 흐뭇했다. 

그래서 결론은 쿠키영상도 없는데, 영화가 끝나고 바로 극장을 떠나지 못할 만큼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 평범하게 끝나네, 싶었을 때 시원하게 날아든 마지막 반전도 너무 좋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딴 생각도 못할 만큼 몰입도도 좋다. 이제 <겟아웃> 제작진이면 믿고 봐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