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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나비효과》 - 애쉬튼 커쳐, 에이미 스마트

《나비효과》 - 애쉬튼 커쳐, 에이미 스마트



지난 주말 <나비효과>(감독판)를 봤다. 갑자기 10년도 더 지난 영화를 보게 된 건 사소한 대화 때문. '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 중에 못 본 게 많아' 하고 말했더니, 남편이 '그럼 나비효과는?'이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것 역시 보지 못했다고 하니 내친김에 보게 된 것이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긴 해도 당시 워낙 센세이션했고, 먼저 <나비효과>를 봤던 남편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라고 하니 이번에야말로 보자는 마음이 되었다. 

영화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을 토대로, 하나의 행동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배우인 에이미 스마트는 잘 모르지만, 애쉬튼 커쳐가 낯설지 않아서 그런지 10여 년 전 영화인데도 어색함 없이 볼만했다. 



<나비효과>에서 어린 에반(애쉬튼 커쳐)은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을 겪는다. 그런 일이 잦자 그는 매일 일기장을 달고 살면서 기록을 하는데,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이사를 한 후부터는 블랙아웃 현상이 깨끗이 사라진다. 그 뒤 평범한 대학생이 된 에반은 어느 날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 읽게 되고, 갑자기 시공간을 이동하게 된다. 이 능력을 갖게 된 에반은 끔찍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과거를 조금씩 바꾸는데, 그럴 때마다 더 큰 불행이 자신을 찾아온다. 이를 테면 첫사랑을 친구에게 빼앗기거나, 첫사랑의 오빠를 죽이게 된다거나. 



(스포있음) 자신의 작은 행동이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에반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자살. 그런데 그 자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완전한 과거, 그러니까 태아 상태로 돌아가 탯줄로 스스로 목을 조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가 계속해서 불행을 일으킨다면 아예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것. 

이 결말이 더욱 크게 와닿은 건 단순한 주인공의 자살 때문이 아니라 이전에 깔아두었던 복선 탓이다. '생명선이 없다'는 점술가의 말이나 에반 이전에 사산아가 둘 있었다는 에반 어머니의 말이 그것인데, 이로써 에반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이면서 그 이전에 같은 일을 겪었던 또 다른 존재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맞게 해석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비효과>는 어쩌다, 정말 어쩌다 보게 된 영화인데, 보고 나서 여운이 상당히 길었다. 몇 시간만 지나도 감흥이 곧잘 사라져 버리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도 이처럼 생생한 걸 보면. 영화 속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잘 비틀었는지, 남들이 괜찮다, 잘 만들었다 하는 영화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음을 또 한 번 느꼈다. 아직도 못 본 게 많은데 이제 뭘 봐야 할까. 

 


(덧)

<나비효과> 감독판을 본 후에 극장판은 검색으로 결말을 알게 됐다. 극장판에선 에반이 첫사랑 켈리와 일부러 거리를 두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일기장을 아예 없애버린단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에반과 켈리가 우연히 마주치는데, 그냥 그대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고. 개인적으로는 감독판의 비극적인 결말이 훨씬 마음에 든다. 물론 에반은 어째서 그런 능력을 지니게 되었고, 에반이 왜 불행의 근원이 되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지만, 영화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