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 니시지마 히데토시, 다케우치 유코
예스24를 떠돌아다니다 눈에 들어온 신작 <크리피>. 부제는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이다. 추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데다 좋아하는 배우인 니시지마 히데토시, 다케우치 유코가 나온다고 해서 보고싶어졌다(<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의 부부 조합도 궁금했다!). 순전히 재미를 위한 흥미가 반 이상이었지만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름 일본어 공부도 같이 한다는 핑계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다케우치 유코의 남편이자 범죄심리학 교수인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원래 경찰이었지만 사이코패스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고 쫓기듯 일터를 옮긴다. 그와 함께 새집으로 이사를 가지만 교내에서의 생활은 언제나 무료하다. 그러던 중 일가족이 실종된 사건에 흥미를 갖게 되고, 4인 가족 중 3명만 사라지고, 당시 중학생 딸 1명만 남았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당시 사건현장과 당사자를 조사해나간다. 그러면서 실종 사건과 이웃집 남자와 알 수 없는 묘한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슬슬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한편, 다케우치 유코는 남편을 내조하는 평범한 주부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려고 이웃들과 안면을 트려 하는데, 이웃집 남자가 왠지 기분이 나쁘다. 멀리 하려던 찰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무뚝뚝한 듯했지만 알고 보니 다정한 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멀쩡한 듯 보였던 남편과의 관계에 슬슬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하고 그녀의 비밀이 밝혀진다.
사실 이 영화는 제목이나, 영화의 예고편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대강 알려준다. 평범한 부부는 새로운 곳에 이사를 왔고, 이웃집 남자는 어딘가 의심스럽고, 게다가 남편은 사이코패스에 관심이 많다. 이만 봐도 이웃집 남자는 사이코패스고, 부부는 사건에 연루되어 불행해지겠구나 싶은 건 불보듯 뻔하다. 이 정도는 어느 정도 인지한 후에 영화를 보기 시작하니, 아내의 행동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웃집 남자가 불편하다면서 음식을 갖다주질 않나, 집에 초댈하지 않나. 그러는 가운데 부부 두 사람은 서로 꼭 필요한 대화는 절대 하지 않는다. 정말 답답의 끝판왕.
그런데 이런 뻔한 전개는 중반부가 지나고 역시나 이웃집 남자가 사이코패스였다는 게 드러나고부터 흥미로워진다. 사이코패스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사이코패스의 변칙적인 행동방식이랄까. 어떤 식으로 남을 괴롭히는지, 어떻게 타인의 관계에 끼어드는지 등등. 그와 동시에 원래의 사건이었던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여주면서 재미를 업시킨다. <크리피>는 사실 심각하게 잔인한 장면은 사실 없는 편인데 뭔가 쫄리는 느낌이 드는 건 여태껏 본 적 없는 사이코패스의 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말 범죄에 능해보인다기보단 어딘가 어설퍼보이고, 아이 같은 사고같달까.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쉽게도 그 재미를 그대로 끌고 가진 못한다. 이웃집 남자의 결말이 혹시 저렇게 되는 것 아냐? 라고 했던 대로 이기도 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 '아내는 왜 그랬지?, 딸로 행세했던 소녀는 어떤 감정을 지닌 거지?, 앞으로 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한꺼번에 몰려 들지만 답은 없다는 데에서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즈음에 자동차 씬은 충격의 도가니. 갑자기 제작비가 다 떨어졌나 싶을 만큼 안타까운 CG였다. 잘 만들어오다가 대체 왜 이래 싶은. 색다른 스타일의 영화인 데다 나름의 긴장감도 있고 볼만한데, 아쉬움은 좀 남는다.
+의미 없는 덧
1. 좋아하는 두 배우의 부부 조합은 글쎄.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케미가 그립다.
2. 서울극장에서 예매권 할인을 하길래 구입해서 갔는데, 어쩐지 낯선 분위기
3. 이웃집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 범죄물이 많은 것 같은 일본.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에서 오는 강박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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