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 : 강예원, 이상윤
영화에 돈을 쓸 마음은 있는데, 마땅히 극장에 볼 영화는 없고. 예전에 개봉한 영화라도 한번 찾아보자 해서 보게 된 <날 보러와요>. 너무 오래되지 않았으면서 액션, 스릴러 이런 장르로 겨우 찾았다. 강예원, 이상윤을 투톱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흥행보증수표는 없지만, 100만 돌파라는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든 영화다.
대낮 한복판, 강예원은 이유없이 찾아온 남자들에 의해 끌려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외쳐대지만,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약물 투여, 폭력을 행사한다. 한편, 다큐 프로그램의 PD로 일했으나 조작방송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상윤에게 그녀의 수첩이 배달되는데, 그 속엔 그녀가 병원에서 겪은 일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녀를 수소문해보지만 병원 명단엔 그녀의 이름이 없고, 현재 그녀는 아버지를 살해한 용의자로 교도소 수감중. 그때의 진실이 무엇인지 파헤쳐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이상윤과 비밀을 간직한 여인 강예원의 밀고 당기는 91분.
생각했던 것보다 정신병원에서의 장면이 소름끼쳤다. 온전한 정신이든 상관없다는 듯 무자비한 직원들, 온갖 비리와 함께 장기매매까지 일삼는 의사, 아기집이 없다며 계속 찾아다니는 여자, 음흉한 눈빛으로 성을 갈구하는 남자 등 멀쩡한 사람도 저런 곳에 있다면 제정신을 붙잡고 있기가 참 힘들겠다 싶었다. 생각했던 분위기보다 연기적인 부분이나 영화의 연출이 끔찍했기 때문에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었을 지경. 지옥이 있다면 여길까 싶은.
<날 보러와요>는 실화라곤 하지만 사실 실화라기보단 정신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감금될 수 있는 사건만 모티브를 따왔다 할 수 있다. 전체적인 구성을 생각해보면 뭔가 치밀한 구석은 다소 떨어지긴 한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깔끔하게 서사가 진행된다. 극중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 대사, 그리고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장면들. 대사 하나로 그동안의 사건과 대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반전 영화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고 볼 수 있었지만, 너무나 친절한 되짚기로 그 묘미가 반감되었다. 마지막에 사진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반전 영화가 이렇게 친절했던가 싶을 만큼 세세했다. '이건 사실 이랬던 거고, 저건 그래서 그런거야'라는 가르침을 받는 느낌이랄까. 이 외에 극중의 캐릭터와 배우가 잘 맞아떨어지는 캐스팅은 좋았고, TV 장면들(인터뷰, 방송 나갔던 장면)은 제작비가 부족했나 싶을 만큼 조금 어설프게 느껴졌다.
극중 조작방송을 하는 PD 역을 맡은 이상윤은 그동안의 선한 이미지와는 좀 달랐다. 약간 비열해보이고, 센 캐릭터. 이 영화에서 <두 번째 스무살>이라는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최윤소와 같이 나오는데, 그때와 비슷한 관계이지만 다른 분위기여서 재밌었다. 두 배우는 비슷한 시기 다른 작품이라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거나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았던 영화였음엔 틀림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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