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 공유, 마동석, 정유미
한국형 좀비물의 탄생했다며 떠들썩했던 <부산행>. 관객들을 열심히 끌어모으더니 천만관객도 돌파했다. 개인적으로 '좀비'라는 소재도 좋았고,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이기주의와 공포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도가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공유, 정유미의 2번째 만남이기도 했고, 제대로 씬스틸러 마동석까지 나와주니 엄청 궁금했다.
그치만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극장에서 볼 수 없었다.
1) 변칙 개봉. 보통 개봉은 목요일에 이루어지는데 <부산행>은 그 전에 이미 유료시사회라는 이름을 달고 개봉하여 다른 영화들과 개봉스타트를 달리했고, 시사회라고 하지만 결국 관객수에 포함되어서 다른 영화 죽이기라는, 독과점 비난이 줄을 이었다. 그래서 엄청난 호기심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 마이너스가 늘었다.
2) 스토리. 호러로 시작해 신파로 끝이 난다는 이야기에 선뜻 보게 되지 않았다(이때, 팀장님의 스포일러도 한몫했다). 좀비가 출현해 사람들이 죽고 사느냐 하다가 눈물 질질짜내는 스토리로 바뀐다니.. 기대감이 푹 꺼져버렸다. <부산행>을 봤다는 사람들도 썩 반응이 봐도그만, 안봐도그만 정도였다.
그러다가 남들 다보고 뒤늦게야 보게된 <부산행>. 개인적으로 천만관객치고 맘에 든 영화가 없었는데(그래서 못본 천만영화도 많다) 이건 할 만 했다 싶었다. 영화가 천만을 돌파할 만큼 완벽했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닌데,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좀비도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으며, KTX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의 긴장감도 나쁘지 않았다. 재밌는 영화들은 보통 처음에 딴 생각도 할 틈도 안 주고 극속으로 끌고 들어가는데, 이 영화가 딱 그랬다. 앞으로의 우리나라 좀비 영화가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한 기대감도 선사했달까. 정유미와 마동석의 케미도 의외로 괜찮았고.
물론, 남들이 이미 다 지적한 대로 극 후반은 신파로 치달으면서 루즈해졌다. 더욱이 주인공들에겐 좀비 변화가 느린 것도 좀 아쉬운 부분. 그래도 적재적소에 소품, 인물 활용이 돋보였던 영화였지 싶다. 극장에서 봤더라도 돈은 안 아까웠을 텐데 가서 볼 걸 그랬나 싶은 마음도 사알짝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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