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 정우성, 곽도원, 조우진, 김갑수
크리스마스라지만 별로 그런 분위기를 느낄 만한 것도 없었고, 추운데 어딜 나가냐 싶어 내내 집에 있었다. 이틀을 그런 기분으로 보내고 나니 어디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마땅히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영화 사이트를 들락거리다 결국 나름 흥행 중이라는 <강철비>를 예매했다.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모른 상태에서 곽도원과 정우성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캐스팅에 힘을 준 영화다 싶어서 그리 했다.
<강철비>는 북한 요원 엄철우(정우성)과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의 브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사태 속에 정우성은 북한 1호 김정은과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북한 1호를 위해 정우성은 급하게 병원을 찾고, 하필 그곳은 곽도원의 前부인 친구가 운영하는 곳. 이래저래 얽힌 상황에 곽도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정우성을 잡기 위한 미끼로 나선다. 그 일을 계기로 함께하게 된 두 남자는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만, 그 사이 북한은 선전포고를, 남한은 그에 대응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 놓인다. 국가를 위해 살아가는 두 남자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는지가 영화의 중심이다.
극장에 들어서고 나서야 영화가 남북한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보다 못했다. 물론 두 남자의 케미나 연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스토리적인 면에서 아쉬운 게 컸다. 일단 남북한의 평화를 위해서 북한이 가진 핵의 반을 남한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너무 남한 위주의 시선 아닌가. 이것 말고도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대립각, 북한의 논리, 암 말기의 정우성 같은 장치들이 뻔하고 뻔해서 안타까웠다(그나마 조우진의 연기가 의외로 기억에 남는다).
지루해서 못 보겠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강철비>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흥행에 성공한 <공조>와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다. 잘생긴 엘리트 북한 요원과 아재미 넘치는 남한 측 사람, 이 두 사람은 초반엔 서로를 경계하지만 나중엔 금기를 어길 정도로 마음을 연다. 또 북한 요원에겐 끔찍하게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며, 사건이 마무리된 후에 남한 측은 북한을 방문하며 남북한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비슷한 구석이 많아선지 <공조>가 계속해서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아쉽게도 그걸 뛰어넘지 못한다. 개그에서도, 긴박한 액션에서도, 악인의 카리스마도 전체적으로 힘에 부친다. <공조>가 빠른 템포로 화면이 흘러가는데, <강철비>는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개그 세 번 치는 거나 GD 얘기 나오는 거나 미국 측 대사나 뭐든 좀 쳐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집에서 <러브 액츄얼리>나 보는 게 더 나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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