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맛집, 통큰주먹고기

성수맛집, 통큰주먹고기

 

 

▲ 통큰주먹고기 메뉴판

 

이걸 먹으러 간 날 유난히 난 단호박이었다. 임뚱이 다른 메뉴를 줄기차게 권했지만 들어먹질 않았다. 오로지 이날 내가 먹고 싶었던 건 '삼겹살'뿐이었다. 그래서 임뚱이 '굴? 멍게?' 그밖에 기타 등등을 말해도 협상의지가 없었다. 결국 내 의견대로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었고, 흘깃 보고 지나가기만 했던 그 식당, '통큰주먹고기'라는 곳엘 가봤다.

 

밖에서 볼 때도 넓었는데, 내부도 넓었다. 손님도 꽉 차 있었다. 고깃집에 손님이 이렇게 꽉 찬 건 오랜만에 봤다. 메뉴를 보다가 세트메뉴가 보여서 2인추천메뉴를 주문했다. 숙성한근세트라 해서 29,000원에 고기+양밥+양념게장+김치찌개까지 나온다. (와우!) 김치찌개는 메뉴판에도 없어서 나오는 줄 몰랐는데 말이다.

 

▲ 고기를 굽느라 바쁜 손

 

 

 

주문을 하고 났더니 금방 메뉴가 테이블에 속속 도착했다. 파채, 콩나물무침, 상추 기본 반찬하고, 고기다. 가래떡도 있었다. 보통 고기를 먹을 때 찍어먹는 소금장 대신 다른 소스가 불판에 있었다. 상큼하고, 오묘한 맛이었는데 맛있었다. 시간이 지나 소스가 불에 졸아드니 맛이 진해졌다. 3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둘이서 엄청 푸짐하게 먹었다. 고기는, 계산할 때 보니까 국내산은 아니었다. 그래서 양이 많았구나 납득이 가면서, 그래도 냄새도 안 나고, 맛있게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치찌개도 메인 메뉴처럼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김치찌개의 존재. 게다가 준다해도 이렇게 많이 줄 줄은 몰랐다. 김치찌개가 조그만 뚝배기에 나왔어도 '이런 것도 주네'하고 좋아했을 텐데, 메인 메뉴처럼 주니까 좋았다. 양이 푸짐. 하지만 김치찌개는 얼큰함과 싱거움의 딱 중간맛이었다. 맛있어하고 자꾸 손이 갈 정도는 아니고, 소주랑 같이 먹으면서 시원한 국물이 필요할 때 안주 삼아 먹을 정도다. 임뚱하고 먹는 동안 주변에 회식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렇게 나오니 여기로 모일 만하네 싶었다.

 

 

▲ 아직 더 있었다. 양밥과 양념게장

 

 

고기랑 김치찌개만 있어도 대단하지만, 양밥이랑 양념게장까지 줄줄이로 나왔다. 양밥은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양고기랑 김치볶음밥이었다. 팬에 볶음밥을 잘 눌러주고, 살짝 타게 해서 먹었더니 맛있었다! 양념게장이 세트에 있었을 땐 그냥 한두 개쯤 주겠지 했는데 이것도 양이 많았다. 그래서 임뚱이랑 각자 먹고, 불판 위에 따로 또 올려 먹었을 정도. 불판에 올려 먹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주인 분이 와서 이렇게 먹어도 맛있다며 올려주셨다. 불맛과 함께 맛이 좀 더 고소해졌다. 대신 양념은 살짝 날아감.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 손수 해주셨지만, 사실 매콤한 게 좋아서 기본 게장이 더 좋긴 했다.

 

가격도 싸고,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아서 다음번에도 올 만한 곳. 친구들 데려와서 먹기에도 좋을 것 같고, 회식, 가족단위 외식도 좋을 것 같다. 임뚱이랑도 또 시간이 되면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