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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종로 느긋한 다이닝카페, 열두달

종로 느긋한 다이닝카페, 열두달

 

 

ㅇㅈ씨가 '내일 저녁에 뭐하냐'며 묻길래, '시그널 봐요!'라고 대답했던 목요일. 그치만 ㅇㅈ씨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데이트 신청하기에 시그널도 포기하고, 퇴근하자마자 익선동 열두달로 향했다. 예쁜 카페를 미리 알아보고 찾아가는 건 내 타입이 아닌데, 약속을 잡으면서 ㅇㅈ씨가 보여준 카페가 예뻐서 '여기네요!'하고 찾아간 곳이다. 종로에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익선동 이 골목은 참 낯설었다. 고깃집과 막걸리집 그리고 더 들어가면 카페의 만남이라니.

발을 들여놓자마자 너무 예뻐서 감탄이 절로 나왔던 공간이다. 설명을 들으니 한옥을 개조해놓은 곳이라고. 퇴근하고 바로 왔더니 손님은 몇 테이블 없었다. 하지만 이내 손님으로 꽉 찼다. 탁 트인 공간에 있어서인지 갑갑한 느낌도 없고,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너무 좋아서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여기로 다 데리고 와야지 하고 생각.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른 뒤, 이곳저곳 카페를 두리번거렸다. 투박하면서 정감 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벽에 페인트도 마음에 들었고, 천장의 나무도 고즈넉했다. 테이블 옆에는 수제잼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도 있고, 테이프로 간단하게 붙여 놓은 사진도 있다.

 


우리가 이곳에 들어왔을 땐 손님이 차지 않아 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너무 넓은 곳을 둘이서 앉기엔 그래서 그나마 좁은 테이블을 차지했다. 테이블이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으로 옆으로 퍼진 건데, 나무 색감도 그렇고 너무 좋았다. 테이블이 예쁘니 뭘 찍어도 그림이 됐다. 파스타는 목기에 나왔는데 이것도 신선했다. 

 메뉴를 고르다가 둘이서 입 맞추지 않고 고른 게 '훈제 목살 오일 파스타', 나머지는 합의하에 '감자 그라탕'을 골랐다. 파스타가 약 1만 3천원 정도, 그라탕이 1만원이다. 미식가가 아닌 대식가인 내겐 적은 양이었지만, 맛은 정말 훌륭했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느껴졌다. 담김새 때문인지, 재료도 좋아보였고 만족스러웠다. 좋아하는 사람을 데려오자라는 결심이 맛을 보니 더욱 굳어졌다!

 

 

블로그에서 너무 예쁜 사진들을 보아와서 나도 외관을 예쁘게 찍어야지 했는데, 쉽지 않았다. 골목을 잘 보여주려 하면 철물점 간판이 걸리고, 밤이라 너무 어두웠고, 내가 못찍어놓고 남 탓이다. 어쨌거나 괜찮았던 열두달. 회사랑도 가까워 종종 찾아가기도 좋고, 친구들이랑 만나기에도 거리가 적절하다. 음식이 뭐가 대수인가 친구랑 만나는 게 중요하지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좋은 곳에 있다 보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어렵게 번 돈을 쉽사리 쓰지 않고, 앞으로 좋은 것 보고, 좋은 것 먹어가며 쓰도록 해야겠다.   

 

Address 종로구 익선동 166-54
Access 종로3가역 4번 출구 맞은편 골목길 직진 도보 5분 이내
Open 평일 11:00~23:00
Cost 수제햄샌드위치 12,900원, 연근크림파스타 12,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