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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여행을 스크랩하다》 : 히라사와 마리코 외 9명

《여행을 스크랩하다》 : 히라사와 마리코 외 9명

 

 

 

읽기로 했던 책들을 읽어내고, 주말 동안 읽을 책을 찾았다. 도서관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귀찮아져 결국 사무실에 수많은 책들 중 읽을 만한 책들이 없나 책장을 둘러보고 다녔다. 여행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쉬는 날에도 여행책을 읽으면 일하는 것 같아서 웬만해선 스스로 여행책을 집어들진 않는 편인데, 이 책이 이전부터 꽤 궁금했다. 한번 스르륵 들춰본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읽어본 적은 없어서 이번에 시도해봤다.

 

 

이 책은 10명의 여행홀릭 작가들이 소개하는 트래블 스크랩북이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이들은 어떻게 여행의 흔적들을 보관하는지 그 방법들이 각양각색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수집하는 건 여행지에서 생긴 버스표, 직접 찍은 사진, 전단지를 비롯한 각종 인쇄물, 심지어 껌종이, 과자봉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것들을 작은 수첩에 붙여넣고 다니기도 하고, 기내용 잡지에 그대로 붙여 콜라주 작품을 만들거나 액자에 넣어둬 디자인 소품으로 활용한다. 때로는 종이가 너무 많아서 그것들을 한데 모아 상자에 담아두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스크랩법을 보면서 하나쯤 시도해볼 만한 게 눈에 들어왔다. 노트의 한 면은 여행지에서 모은 종이를 붙이고, 그 옆 페이지에는 여행의 감상을 직접 글이나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생기는 티켓 같은 건 가지고 오는 편이었는데, 카페나 각종 매장에 있는 것들엔 미처 챙겨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걸 보면서 이제 채 일주일도 안 남은 홍콩여행에선 꼭 여러 가지를 수집해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랩방법과 스크랩북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어 몇몇 작가들의 인터뷰가 진행된다(맨 뒷부분에도 작가 전체의 인터뷰가 1p씩 구성되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하느냐에 대한 것이었는데, 대부분이 명소에 치중하기보단 자신만의 낯선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치열하다기보다 여유가 느껴져 읽으면서 '빨리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그리고 이들이 좋아하는 여행지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프랑스가 꽤 많이 불렸다. 파리가 그렇게 좋나 싶어서 가고 싶었던 생각을 접었었는데 다시금 고개를 치든다. 대체 얼마나 좋길래? 여행 가기 전 이 책을 읽으니 여행의 설렘도 느껴지고, 지금 이 책을 읽어서 여행을 좀 더 알차게 다녀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얇은 데다 텍스트도 별로 없지만 구구절절한 말보다 더 당기는 맛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