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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강릉, 오죽헌

강릉, 오죽헌



이번에 강릉을 오면서 명소 중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 오죽헌, 양떼목장, 낙산사였다. 보통 이렇게 명확하게 가고 싶은 것을 정하고 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강릉에 여러 번 온 만큼 이번엔 제대로 보고 오고 싶었다. 마침 한식집이었던 서지초가뜰과 오죽헌의 거리가 가까워서 제일 먼저 오죽헌을 둘러보기로 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오죽헌은 과연 어떤 곳일지 시작부터 좀 들떴다. 



오죽헌 앞에 주차장이 있어서 무료로 차를 세워두었고, 근처에 바로 매표소가 있어서 표를 끊었다. 입장료는 성인 1명에 3,000원, 어린이는 1,000원. 명성을 생각하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매표소를 두고 양옆에는 공방, 커피숍 등 매장들이 작게 형성되어 있다. 강릉커피빵이라는 게 보여서 살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들뜸스뜌삣을 생각하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막연히 '오죽헌'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 규모를 떠올려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입구를 지나 펼쳐진 넓은 공간에 처음부터 압도되었다. 5천원권에 있었는데도 관심이 1도 없었던 것. 어렴풋이 들은 말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오죽헌 정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이 정비되었다고 한다. 짧게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넓어서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쯤은 금방 지나갈 만했다. 그때 봤던 오죽헌 안내도와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 핸드프린팅.  



입구를 지나 정해진 길을 따라 슬렁슬렁 걸으면 자경문이 나온다. 이 문을 지나면 율곡이이의 비석과 오죽헌, 이이의 영정을 모셔둔 문성사가 있다. 마침 이곳을 올랐을 즈음 관광해설사 분이 안내중이어서 살짝 엿듣기도. 박정희 대통령이 존경했던 두 인물이 충무공 이순신과 율곡 이이였고, 그래서 오죽헌의 정화사업을 벌인 것이라고. 문성사에 걸린 현판도 그가 직접 쓴 것이란다. 어쨌거나 국가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면 이렇게 깔끔한 형태를 갖출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도 잠시했었다. 




오죽헌에서 가장 좋아했던 공간이 바로 이곳. 오죽헌이라고 새겨진 집 뒤로 돌아가면 있다. 불을 떼던 아궁이도 보이고, 장작을 패서 쌓아둔 것도 보이고, 단아한 한옥들이 몇 채가 이어졌다. 예전에 남산한옥마을과 전주한옥마을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랑 비슷한 구조. 건물 하나하나가 뭘 의미하는지까지는 알지 못했어도, 바라만 봐도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질리지 않고, 단정한 이 색감과 구조가 너무 예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에 율곡기념관도 보인다. 이름은 율곡기념관이지만 신사임당의 그림과 그의 아들들의 글 등 여러 유물들을 전시해놓고 있다(내부사진은 안 될 것 같아서 찍지 않았고). 기념관이라고 해도 뭐 볼 게 있겠나 싶었는데, 은근히 서예나 그림들이 눈길을 끄는 게 많아서 조금 시간을 들여 구경하고 나왔다. 입장료에 포함된 것이니 만큼 가볍게 한 번 보고 오는 걸 추천. 아이들이랑 같이 있는 가족도 눈에 띄었는데,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닭이 그림 속 벌레를 보고 진짠 줄 알고 쪼아먹었다는 사임당의 일화와 그림이 기억에 남았다. 



오죽헌, 기념관을 지나 끝 무렵 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동상을 만났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이 신사임당을 '어머니'로만 묘사하고 있는 것에 분개(?)를 했었는데, 그걸 의식하고 안내문의 멘트를 보니 과연 그랬다.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살았을 텐데, 초점이 율곡의 어머니, 겨레의 어머니로 맞춰져 있던 게 안타까웠다. 보니까 외국인도 종종 보이던데, 안내문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오죽헌에 가보고 싶어했으면서도 한편으론 옛집에 볼 게 뭐가 있을까 했다. 그런데 쭉 둘러보면서 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별점 ★★★★은 무난히 줄 수 있을 정도로, 강릉에 가면 한 번쯤 들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었다.  

단정한 한옥에, 잘 꾸며진 정원도 볼만했고, 드라마 촬영지였던 터라 <사임당 빛의 일기> 출연진의 핸드프린팅도 반가웠고, 드문드문 마주치는 동상이나 비석도 구경하기 좋았다. 5천원권 포토포인트 자리에서 멀리 촬영해보는 재미도 있었고(이런 자잘한 재미가 좋더라), 편안한 평지길이라 걷기에 부담도 없고, 작게 마련된 기념품숍에서 이런저런 제품을 보는 것도 좋았다(가격은 좀 사악하고,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격몽요결' 책자는 좀 아이러니 했지만). 느긋하게 즐기기 좋은 곳.  



오죽헌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3139번길 24 오죽헌

전화 : 033-660-3301

가격 : 입장료 성인 3,000원, 어린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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