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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템테이션》 : 더글라스 케네디

 

 

 

한가한 주말이었다. 일부러 푹 쉬고 싶어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시간은 많은데 TV를 보기도, 컴퓨터를 하기도 싫던 차 책장에 꽂혀 있던 책 중 하나를 고른 게 <템테이션>이었다. 동생이랑 서점에 갔다가 동생이 골랐던 책이었다. 한때 영미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으나 후엔 일본소설에 빠져 놓고 있었다가 꽤 우리나라에서 통했던 책이었기 때문에(<빅 픽처>와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재미없으면 즉시 그만둘 생각으로.

 

 

주인공은 무명작가 데이비드 아미티지와 무명배우 루시였다. 이들은 젊었고, 사랑했고, 그래서 부부가 되었으며, 앞으로 나아갈 미래도 있었다. 그러나 10년 이상 이어진 무명생활은 이들을 금전적으로 압박했고, 재능에 대한 좌절감을 키웠고,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로 몰아갔다. 그렇게 불편한 사이가 되어버린 이들 앞에 반전이 일어난다. 데이비드의 극이 에이전시를 통해 방송국에 팔리게 되고, 빅히트를 쳤으며, 시트콤은 시즌2를 제작하게 되었고, 그의 몸값도 덩달아 오르고, 부부는 드디어 재정적인 걱정을 하지 않는 부자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없다가 부자가 된 전형적인 케이스의 사람들처럼 데이비드 역시 본처를 버리고 불륜에 빠져버린다. 그렇게 유혹에 빠져들어가고 겪는 그의 성공, 타락, 음모, 재기의 이야기를 스피디하게 다뤄나간다.

 

잠깐 읽을 생각이었는데 화려한 할리우드에서 벌어지는 너무도 현실적인 '성공', '돈'에 대한 키워드가 이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키워드를 잡은 동시에 골때린(?) 대사가 많다. 한방 먹은 것 같은. 책의 뒤표지에 보면 '너무나 생생하고 중독적인 소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깝지만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되는 소설'이라는 찬사가 적혀 있는데, 이걸 보고서 어느 책에든 쓰여 있는 과장된 칭찬에 조소를 날렸으나 읽고서는 그 생각을 딱 접었다. 정말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다 가뜩이나 책읽는 속도도 느린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잠을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필립의 음모에 빠지고 최악의 스캔들로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라고는 생각했으나 그 결말이 예상했던 대로만 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없이 만족스러운 소설이기도 했다.

 

성공을 하려거든 데이비드처럼 한 우물을 미친듯이 파는 열정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과 어마어마한 부(富)를 이룬 사람이 한 인간을 어떻게까지 지배할 수 있는가 하는 무서움도 느꼈고, 인생의 쓴맛을 볼 때 내 옆에 있어주는 게 누굴까라는 걱정도 하게 했으며, 누군가 힘들 때 외면하지 않는 앨리슨 같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지 싶기도 했다. 한시도 가만두지 않고 나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격렬한 소설이었다.

 

 

 

 

#일 년 가까이 지난 뒤 <셀링 유>의 첫 시사회가 열렸다.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찬사를 보냈다.

시사회를 마치고 오는 길에 루시가 말했다.

"이제 나를 버리겠군."

"내가 왜?"

"이제 버릴 수 있게 됐으니까."

 

 

#"플렉은 돈이 이백억 달러나 있잖아.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야."

 

 

#작가로서의 내 명예는 회복했지만 이제 나는 성공의 본질을 더없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공은 다음 번 성공으로 이어질 때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중략)

그런 생각들 속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하나였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