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베를린> 같은 대사는 별로 없고 싸움만 난무하는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는 아닐까 하고 '봐도 될까' 걱정도 했으나 최동훈 감독 작품인 데다, 배우들도 괜찮고, 무엇보다 180억 원을 쏟아부은 대작이니 만큼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 예매를 하고 봤다. 걱정은 영화의 처음부터 저 멀리 날아가버렸고, 곳곳에 감독의 전작 <도둑들>처럼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런지 재밌어서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간혹가다 엄청난 스케일의 영화를 마주할 때 대체 돈을 어디다 쓴 건가 싶은 영화들도 있었는데, 이 영화는 액션도, 세트도 모조리 멋있어서 허투루 쓰지 않았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출연하는지도 몰랐던, 김해숙, 조승우, 김해숙 같은 배우들도 최동훈 감독과의 연이 있어서 인지 얼굴을 내밀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속 세트도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최동훈 감독이 2006년 각본을 쓰고 계속 역사 고증을 하면서 제작에 들어갔단다. 그런 정성 덕분인지 경성 거리라든가, 미쓰코시 백화점이라든가, 결혼식장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제대로 구현해 내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다.
속사포(조진웅), 안옥윤(전지현), 황덕삼(최덕문)은 김구의 신임을 받는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에게 친일파를 제거하라는 지령을 받고 경성으로 향한다. 하지만 염석진은 일본의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면서 독립군의 정보를 빼돌리는 작자였고, 수세에 몰리게 된 그가 암살 계획을 일본에 전달한다. 이 와중에 철저히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와 영감(오달수)에게 이 세 사람의 목숨을 처리하라는 의뢰도 곁들인다.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의 딸 미치코의 결혼식에 맞춰 암살 계획을 진행하는 안옥윤과 황덕삼(속사포는 하와이 피스톨과 대치하고, 사라졌음). 사람은 둘로 줄었으나 맡은 암살작전은 그대로 수행하기로 하는 한편, 안옥윤은 자신이 친일파 강인국의 잃어버린 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후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헤맸던 미치코는 동생 안옥윤을 만나러 갔다가 참변을 당하게 된다.
스치듯 만났던 안옥윤에게 호감을 느낀 하와이 피스톨은 염석진의 의뢰에도 불구하고, 암살을 실행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편에 서서 독립군 활동을 돕는다. 이때 오달수와 하정우 콤비를 보는데, 시대적 배경도 같고, 남자 둘이라는 점, 진지하지 않다는 점 때문인지 <조선명탐정 1편>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치만 호감도는 확실히 <암살> 쪽이 우세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하정우가 이렇게 멋있었나 싶은데, 이런 관객이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왔더니 각종 리뷰에 '하와이 피스톨'에 빠져서 나온다는 그 영화! 라는 찬사가 끊이질 않았다.
개봉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460만 관객을 기록했고, 여전히 호평 속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천만 관객은 가볍게 넘길 것이리라 싶다. 이정재는 이 영화를 위해 살을 어마어마하게 뺐다고 했는데, 체중뿐 아니라 그의 연기력에 새삼 놀라고 나오게 된다. 한때, 슬럼프를 겪었던 그에게 최동훈 감독은 정말 은인이 아닌가 싶다. <도둑들> 이후로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니.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영화 <암살>은 새삼 독립군으로서 사명을 다했던 분들을 기억하는 데에도 의의가 있겠고, 생각했던 것보다 가볍게 풀어나가긴 했는데, 염석진이라는 인물이 재판에서 교묘히 빠져나간다는가, 결국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든가 하는 것도 영화를 보면서 꽤 의미심장했다. 특히 그가 기회주의자이긴 했으나, 가장 근본적인 악인은 대한제국을 지배했던 일본인이었을 텐데, 가장 미워하게 되는 인물이 같은 조선인이라는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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