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 조인성, 정우성, 류준열, 김아중
영화 <더 킹>은 개봉전부 조인성, 정우성이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무로 흥행작으로 손꼽히던 작품이었다. 둘만 있어도 대단한 이 영화에 <응답하라 1988>로 한창 핫했던 류준열이 합류했고, 김아중까지 <또 오해영>을 마다하고 영화에 매진했다는 설이 흘러나와서 기대감이 상당했다.
2017년 시작부터 대작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이 작품은 현빈과 유해진이 브로맨스를 선보인 <공조>와 같은 날 개봉했다. 처음엔 <더 킹>이 우세했으나 입소문을 타고선 <공조>가 한발 앞서기 시작했고, 설날엔 단연 <공조>가 주목을 받아야 했다. 믿을 건 입소문이라는 지론으로, 역주행에 성공했다는 <공조>를 먼저 보고 났더니 대체 <더 킹>은 어땠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더 킹>은 건달 아버지를 둔, 공부에 뜻이 없던 목포의 문제아 박태수(조인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는 사회에선 권력이 최고라는 걸 눈앞에서 목격한 후로 공부를 하기 시작해 서울대 입학-사시패스-검사-집안 좋은 여자(김아중)와의 결혼으로 거듭나는 전형적인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다. 야망은 있으나, 무리하지 않고 평탄하게 검사의 길을 가던 그에게, 교사가 여학생을 성폭행했으나 합의로 끝난 미심쩍은 사건이 눈에 띄게 된다. 여학생을 구하려 했으나, 알고 보니 그 교사는 집안 좋은 인물로, 검사계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한강식(정우성)과 연계된 인물이었다. 결국 권력에 굴복한 박태수는 씁쓸함은 잠시, 권력을 맛보면서 점차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이때 고향친구였던 최두일(류준열)과 다시 만나고, 그는 조인성의 뒤처리를 해주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온갖 비리의 선두에 섰던 태수는 검사장이 되려는 한강식의 꼬리자르기에 의해 팽당하게 되고, 지방발령에, 엎친 데 덮쳐 아내에게 이혼요구까지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까지 권력에 의해 제거되는 걸 알게 된 태수는 이판사판으로, 검사를 때려치고 정치가로 나서고자 한다. 양아치같은 눈빛이 좋다던 아내는 그의 뜻에 따라 유세를 함께하고, 태수는 벼랑 끝에 선거전에 서게 된다. 과연 그는 권력의 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정치비리, 권력의 맛과 같은 키워드 덕분에 '현 시국과 가장 잘 맞는다'는 평, 한편에서는 '현실이 더 지독하다는 평'이 오가는 영화 <더 킹>. 아무래도 검사의 이야기라서 정치의 얘기가 중심에 있어서 영화를 보는 데도 그저 흘려볼 수 없었다. 적절히 역대 대통령들의 영상도 나와줬고(박근혜는 없었다), 노무현의 탄핵과 자살 관련된 내용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사들이 어떤 대통령이 권력을 잡을지 가늠하고, 지지하는 쪽에게 상대편의 비리를 전달하는 장면이나 같은 검사끼리 파벌이 있는 것들도 현실적이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조인성과 정우성 투톱인 줄 알았는데, 막상 영화를 까보니 조인성 원톱의 영화나 다름없었다. 시작부터 조인성의 긴긴 내레이션을 들어야 했고, 모든 스토리가 '박태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박태수를 끌어주는 자, 아내, 친구, 가족으로 얽혀 있다. 마지막 복수의 칼을 가는 것도 결국은 그였고. (그 외에도 네임밸류 있는 배우들이 나왔는데, 너무 비중이 없어서 내가 다 민망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내부자들> 같은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좀 더 B급 감성이 세다. 정말 세다. 정우성이 <버스 안에서>를 부를 때나 이들이 <쿵따리샤바라>에 맞춰서 춤을 출 땐 좀 충격이었다. 조인성이랑 정우성을 데려와놓고 이런 영화를? 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초반부엔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원래 의도했는지 촌스러운 장면들도 여러 컷 있었고. 나중에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좀 더 명확해져서 메시지에 힘이 생기는 것 같은데, 왜 호불호가 갈렸는지, <공조>에 밀렸는지는 알 법 했다. 그치만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는 아니었을까. 난 제법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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