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하라이드》 : 혼다 츠바사, 히가시데 마사히로
일드 <교열걸 코노 에츠코>를 본 이후로 알게 된 혼다 츠바사. 모델 출신으로, 무표정일 땐 시크함이 느껴지지만 웃으면 청량함이 물씬 느껴지는 얼굴에 여자인데도 한눈에 반해버렸다(개인적으로 예쁜 배두나 느낌?). 그래서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을 찾아보다가 눈에 띈 영화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아오하라이드>. 이는 사키사카 이오의 동명 순정만화인 <아오하라이드>를 영화한 작품이다. 원작을 읽었어서 영화가 나왔단 얘길 듣고 궁금했으나 당시엔 이 두 배우들의 매력을 몰라 보고 싶지 않았다. 원작은 원작으로만 남겨두고 싶었다. 만화를 읽으며 그때 그 도키도키했던 감정을 살릴 수 있을까 의문이었기 때문에.
<아오하라이드>는 청춘(靑春, 아오하루)과 RIDE를 합한 조어로, 청춘에 열심히 실려간다는 의미로 작가가 만든 조어다. 그래서 일까, 고교생들의 연애와 우정을 다룬 이 영화는 지속적으로 '청춘'을 내세운다. 심지어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쿠키영상에는 "청춘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청춘인 것이다."하고 마무리할 정도다.
<아오하라이드>는 중학교 시절 첫사랑이었던 후타바(혼다 츠바사)와 코우(히가시데 마사히로)가 고등학생이 되어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둘은 4년 전, 여름축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지만 코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전학을 가버린다. 그러다 다시 코우가 전학을 오면서 만나게 되는데, 어딘가 분위기가 바뀐 그는 후타바를 멀리 한다. 여전히 끌리는 마음에 후타바는 코우에게 다가가고, 4년 동안 그가 가슴에 담아둔 상처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엄마의 투병과 죽음, 트라우마). 자신은 행복해지면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코우를 마주하면서 서서히 그를 바뀌게 만들고, 멀리 돌아왔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보는 내내 생각했던 것보다 지루했다(영화가 얼마나 남은 건가, 하고 확인했을 정도). 남녀주인공의 외모도 꽤 준수하고, 영상미도 있고, 음악도 청춘물이구나, 싶은 느낌인데 썩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그대로 담아 만화를 떠올리기엔 좋았으나, 섬세한 감정선은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느라 전부 제거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친구와 같은 남자를 좋아할 때의 곤란함(친구와 멀어지진 않을까),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연락할 때의 불안함,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쩐지 진정한 친구 같지 않다는 불편함. 이런 감정선들이 만화에서는 꽤 섬세해서 마음에 동했는데, 이 부분들이 너무 쉽게 지나가버린다. 문제발생과 해결이 너무 빨라서, 얘네는 언제 이렇게 친해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여자주인공의 씩씩한 데 반해, 남자주인공의 우유부단함과 상처가 그 매력을 너무 감소시킨다. 이 영화에서 코우가 잡은 약속이 여러 개 되는데 제대로 지킨 게 없다. 자신의 상처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특히 패스트푸드점에서 약속 못 지킨 거 지킨다고 어떠냐 해서, 후타바가 '좋다'고 했는데, 바로 딴 여자 연락오니까 '미안'하고 가버리는 데서 매력이 0이 됐다. 왜 자기 위주냐고.
스토리를 파고들면 아쉬운 게 한두 개가 아닌데, 그나마 영상은 정말 너무 예뻤고, 일부러 의도한 아련아련한 부분들이 꽤 많았다. 창에 서로 손을 맞대고 있던 장면, 마지막 키스신, 후타바가 코우의 손이 좋다고 하던 장면 등등. 기대가 커서 그런가 실망이 큰 영화였는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남자주인공 코우 역을 맡은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어디서 봤더라, 했더니 <크리피>, <기생수>에서 봤었네. 거기선 조연이었는데 이렇게 주인공으로 오니까 또 다른 느낌. 앞서 말했지만 남녀주인공의 외모가 잘생기고, 예쁜데 학생보다 성인 느낌이 너무 나서 아쉬웠다. 친구들 역시 학생이라기엔.. 교복 타이가 정장의 타이 같았던 건 나뿐인 걸까. 거기다 주인공들의 질투유발자 역을 맡은 배우들이 약체여서 서브의 매력이 없었다는 것도 아쉽다. 후타바를 좋아했던 남학생(치바 유다이)은 너무 어린애 같아서 뭔가 박력이 없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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